산지 쌀값 하락세 지속…정부 대책은 ‘백약이 무효’
농민들 “가격 보장” 거리 투쟁
정부의 잇따른 쌀값 안정화 대책에도 산지 쌀값 하락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쌀 수요 감소 영향으로 재고물량이 줄지 않는 데다, 정부의 수매물량 확대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야당과 농민단체는 정부가 약속한 ‘한 가마(80㎏) 20만원’ 등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투쟁에 나서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산지 쌀값은 20㎏에 4만5725원으로, 1년 전(5만1142원)에 비해 10.6% 낮다. 80㎏ 기준으로 18만2900원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 21만7552원(10월5일)까지 올랐으나, 쌀 소비 감소 등 영향으로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30년 전인 1993년(110.2㎏)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통상 쌀 비수확기(7∼9월)엔 재고물량이 줄면서 쌀 가격이 오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재고물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는 ‘역계절 진폭’도 나타났다. 산지유통업체 재고물량은 지난달 10일 기준 35만t 수준으로, 1년 전과 69.6%, 평년 대비 58.5% 많다. 이 가운데 신곡 재고량은 24만여t으로 전년보다 50.1%, 평년 대비 51.8% 웃돈다.
정부도 산지 쌀값 하락세가 이어지자 지난 8월과 지난달(15일)에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햅쌀 초과 생산분(12만8000t)을 크게 웃도는 20만t을 시장 격리하고, 공공비축미 36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56만t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지난달 31일 추가 대책에서는 2024년산 공공비축 물량을 시장에서 빠르게 격리하기 위해 산물벼(수확 후 건조하지 않은 벼) 약 8만t을 오는 12월부터 전량 인수해 시중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와 농협은 총 3조5000억원의 벼 매입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야당은 눈속임용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산물벼 8만t’은 지난 8월 공공비축 시행계획의 ‘2024년산 쌀 40만t’에 포함된 물량이며, 3조5000억원의 벼 매입 자금 지원 역시 지난달 15일 대책의 세부내역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사료용으로 처분하겠다는 30만t 물량의 경우 올해 신곡이나 2023년산 재고물량이 아닌 2022년산 재고물량을 활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대책으로는 산지 쌀값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는 오는 9일 전봉준투쟁단 발대식과 윤석열 퇴진 농민결의대회, 20일 전국 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에 쌀값 보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강순중 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목표가격으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100g=한 공기, 한 가마 최소 24만원)을 제시해야 하고,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을 통해 쌀 수입 물량(연간 40만8700t)을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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