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출시장’ 중국에서 쪼그라든 ‘한국 반도체’
미 대선 트럼프 당선 땐 한국 기업에 ‘유탄’…“단기 수출 위축 예상”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3년여 만에 처음 30% 밑으로 내려왔다. 반도체 생산지수도 1년 2개월 만에 꺾였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과 중국의 경기 부진 영향까지 더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 더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반도체 경기에 먹구름이 커질 수 있다.
경향신문이 3일 정보통신기술(ICT)통계 포털을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29.4%를 차지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간 건 2011년 10월(29.7%) 이후 처음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생산 요인도 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의 경기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미국 등과 무역 마찰이 잇따르는 데다 부동산이 회복되지 않고 소비가 늘지 않으면서 경기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4%에 불과했던 중국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도 연말이면 1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지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지수는 160.3으로 1년 전보다 3.0% 줄었다. 반도체 생산지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3년 7월(-9.9%)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생산지수 수준이 좋고 수출도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지수 자체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감소세로 전환된 자체는 반도체 산업이 움츠러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9월 기준, 20%에 달할 정도로 크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 감소세는 국내 경기사이클의 또 다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반도체 업황마저 모멘텀이 약화된다면 4분기 국내 GDP 성장률이 또다시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내 ‘삼성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리스크’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트럼프 후보는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 일련의 관세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을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수출 제재에 한국 기업이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메모리 수출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경우,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중국 생산설비 운영과 대중 수출 판매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은 “대중국 ICT 제품에 고관세 부과 시 반도체 단기 수출 위축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2024년 3분기 수출 실적 평가 및 4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용 메모리 및 범용 D램 수요 증가는 둔화되고 있어 반도체 수출 증가폭은 소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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