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결손 피해, 결국 아이·노인 등 약자에게
정부, ‘감세 부담’ 지역에 떠넘겨…“행정, 예측 불가능해져”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2년 연속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삭감에 나서면서 지자체들의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각종 시설 건립 사업이 중단됐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도 크게 줄었다. 일부 지역에선 노인·건강·문화 등 복지성 예산도 줄줄이 잘려나가는 중이다.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결손의 책임을 지역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각 지자체들은 세수 결손으로 인한 재정위기를 긴축재정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재원인 올해 지방교부세를 2조2000억원, 교육청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4조3000원 각각 줄였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지방교부세 등 18조6000억원을 감액했다.
광주 동구는 내년 예정이던 학동 행정복합센터 완공을 2026년으로 미뤘다. 교부금이 줄면서 건립 예산 112억원 중 54억원만 확보된 탓이다. 동구청사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던 청사주차빌딩 건립 사업도 잠정 중단됐다. 광주 서구는 각 실과에 내년 본 예산에서 20% 삭감을 기준으로 편성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서울과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어린이물놀이터 조성과 노후화된 문화예술회관 건립이 중단됐다. 경기 안양시는 장기미집행 된 도로 개설과 지하차도 보수 등 교통편의와 침수방지를 위한 안전 분야 공사비 100억원의 예산 편성을 보류했다.
시도교육청 역시 비상이 걸렸다. 내년 교부금(6조1231억원)이 올해 대비 약 7000억원 줄어들게 된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쓰는 시설비를 올해 대비 46% 삭감할 예정이다. 강원도교육청도 내년에 특수교육원 등 교육시설 10곳을 지으려면 8000억원이 필요하지만 2500억원가량 교부금이 줄 것으로 예상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부족의 부담을 지방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현정 한국지방세연구원 세외수입센터장은 “종합부동산세가 부동산교부세로 내려가는데, 그것마저 크게 줄어서 지자체 입장에선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세수가 안 좋은 상황이어도 예측이 잘되면 대응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잘 맞지 않고 격차가 크면 계획한 걸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세수 감소로 교부세를 대폭 삭감한 후 그해 12월 3조원을 나눠줬는데, 올해 또 교부세를 법적 근거 없이 임의대로 줄인 후 지방채를 인수해 도와준다고 한다”면서 “예측 불가능한 행정이 경지에 이른 지금은 대한민국의 예산서를 아무도 못 믿게 됐다”고 했다.
주영재·김창효·김정훈·고귀한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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