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공장이 연대로 가득 찼다”…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고공농성 300일

김지환 기자 2024. 11. 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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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25대·1000명 모여 “고용승계 결단해야”
관철 때까지 이어가기로…금속노조는 방일 계획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 노동자 2명(박정혜·소현숙)이 고공농성을 벌인 지 300일째인 지난 2일 시민·노동자 1000여명이 참가한 연대버스가 공장을 찾았다. 공장 건물에 “이겨서 땅을 딛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대형 판화가 걸려 있다. 금속노조 제공

노동자·시민 1000여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으로 모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3일 “지난 2일 오후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소현숙 조직부장과 함께 싸우기 위해 노동자·시민 1000여명이 총 25대의 연대버스를 타고 한데 모였다”고 밝혔다. 지난 2일은 박 수석부지회장·소 조직부장이 고공농성을 벌인 지 3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온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투자기업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발생 뒤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희망퇴직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노동자 17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닛토덴코의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닛토덴코가 구미공장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했고 평택공장이 신규 채용까지 했다는 이유에서다.

고공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 수석부지회장은 “텅 빈 공장을 보면서 공허함을 느낄 때도 많았지만 오늘 공장이 연대로 가득 찬 것을 보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소 조직부장은 “자본에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존재였다. 자신이 정한 인권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는 자본이다. 그런 자본에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연대버스 참가자들은 고용승계가 이뤄질 때까지 연대버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기 위해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소현숙, 박정혜가 우리를 얼마나 기다렸겠느냐.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했겠는가. 오늘을 시작으로 연대버스를 계속 이어가자”고 말했다.

연대버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닛토덴코가 고용승계를 결단하지 않으면 수천, 수만의 박정혜와 소현숙이 자본에 맞서 싸울 것이다. 시민사회와 민주노총은 더 큰 사회적 연대로 2차 연대버스를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정리해고 문제는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김주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닛토덴코 측에 해고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이에 오요안 한국닛토덴코 대표는 “(일본) 본사에 의원들의 우려 사항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이달 중 닛토덴코, 일본 정부·의회를 상대로 고용승계 요구 활동을 하기 위해 방일할 예정이다. 앞서 김주영·이용우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 7월 일본을 방문해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일본 정부에 전달하고, 일본 중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회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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