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표’ 나왔다
지난 7월 영국 총선에서 참패하며 14년 만에 야당으로 내려앉은 보수당이 케미 베이드녹(Badenoch·44) 전 기업통상부 장관을 새 당수로 선출했다. 베이드녹은 이로써 보수당·노동당 등 영국 주요 정당에서 배출한 최초의 흑인 당수가 됐다.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에 이어 보수당의 네 번째 여성 당수다. 그가 총선 참패와 함께 물러난 리시 수낙 전 총리를 잇게 되면서 보수당 사령탑을 두 번 연속으로 백인이 아닌 정치인이 맡게 됐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베이드녹은 전국 당원 투표 결과 전체 9만5000표 중 5만3806표(56%)를 얻어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부장관(44%)을 제쳤다. 이날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보수당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 이제 쇄신에 몰두해야 한다”고 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보수당 내에서도 강경 우파 노선으로 평가된다. 특히 소수자의 권익 옹호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진보 진영의 주장을 뜻하는 ‘워크(woke·깨어 있음)’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뚜렷한 정치적 색채가 보수층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BBC는 “그는 워크 문화를 반대하며 실용주의적이라는 점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면서 “첫 흑인 여성 당수라는 정체성을 앞세우기보다는 망가진 당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베이드녹은 런던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영국 국적을 얻었지만 16살이 되기 전까지 의사·생리학 교수이던 부모를 따라 서아프리카와 미국을 오가며 자랐다고 지난 7월 출간한 자서전에서 밝혔다. 고등학생이 되자 어머니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영국이나 미국 대학에 진학하라”며 단돈 100파운드(약 18만원)를 주고 영국의 친구 집에 그를 맡기면서 본격적인 영국 생활이 시작됐다고 한다. 서식스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특권만 누리는 거만한 엘리트 자녀들과 좌파 학생 운동가들을 보며 반발심으로 보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졸업 후 IT·금융 등 업계에서 일하다 2015년 런던시 의회 하원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환경·젠더·이민자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직설적 발언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2020년부터 여성·평등 담당 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안티 워크(anti-woke)’ 운동의 선봉장으로 우뚝 섰다. “가족이 우선”이라며 트랜스젠더 포용 정책에 반대했고, “이미 영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이민자가 살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 이민자 제한에서 죄책감을 느껴선 안 된다”며 이민 정책의 원칙을 고수했다. 2012년 결혼한 남편과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수낙이 이끌던 기존 보수당에 대해서도 보수의 원칙을 잃어버렸다며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9월 선거 캠페인에서 그는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온 수낙 정권의 환경보호 정책 등을 거론하며 “그간 보수당은 ‘오른쪽’인 것처럼 말하면서 ‘왼쪽’으로 통치해왔다. 노동당처럼 행동하는 것을 멈춰야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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