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지만 이제 시작" 이범호 2기 출범, 'KIA는 왜' 계약 1년 남기고 '최고 대우' 안겼나

안호근 기자 2024. 11. 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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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지난달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후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우승을 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은 우승 직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감독 첫해부터 성취한 우승 감독이란 타이틀이 그저 운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아직도 우승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KIA 구단이 움직였다. KIA는 3일 "이범호 감독과 3년간 총액 26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옵션을 모두 채우게 되면 두산 베어스 시절 우승 3회를 이뤄낸 김태형(57)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KT 위즈의 창단 첫 우승을 선사하고 국가대표 사령탑까지 맡았던 이강철(58) 감독의 3년 최대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을 넘어선다. KIA가 이범호 감독에게 확실히 대우를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규모다.

파격 대우다. 지난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됐고 KIA는 고심 끝에 구단 사정을 꿰뚫어보고 있으면서도 평판이 좋았던 이범호 코치를 내부 승격시켰다. 당시 계약 규모는 2년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이었다. 연평균 금액으로 봐도 2배 가까이 오른 액수다.

더 놀라운 건 감독 부임하며 맺은 계약이 내년까지임에도 엄밀히 따지면 계약 연장이라기보다는 계약 갱신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이번 우승, 초보 감독으로서 이뤄낸 성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걸 읽어볼 수 있다.

이범호 KIA 감독(왼쪽)이 3일 심재학 단장과 재계약을 마치고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통상 감독직은 시즌이 종료된 뒤, 늦어도 스프링캠프에 돌입하기 전 확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선수에 대한 파악이 먼저 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 시즌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IA라는 팀과 선수들은 너무도 익숙했지만 초보 감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가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선발 투수들의 줄 이탈 또한 이 감독을 괴롭혔다. 지난달 28일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이범호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선발 투수들이 빠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야수들이 다치면 9명 중 1명이 빠지는 것이기에 선수단을 잘 추스르면 언제든 좋은 선수 한 명이 나올 수 있고 전력이 강해 1명은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선발은 100구 가까이 던져야 하고 이닝도 어느 정도 막아줘야 하기에 불펜 투수 과부하도 찾아왔다. 황동하와 김도현을 선발에 넣어야 했던 시점이 가장 위기였다. (이)의리가 몸이 안 좋고 (윤)영철이도 허리가 아팠다. 고민을 했는데 공백을 잘 메워줘 1위를 지키면서 통합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정규시즌 우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초보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어려울 수 있는 게 가을야구다. 그럼에도 특별한 부족함 없이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선사했다.

당초부터 선수단 전력으로는 어느 구단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였지만 시즌을 앞두고 바뀐 감독은 전력의 크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 우려를 이번 우승으로 말끔히 털어냈다.

우승을 위해 1년을 달려왔지만 이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과거의 일이 된다는 건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감독은 처음이지만 그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당장 내년, 그 이후를 내다봤다.

이 감독은 "14년 동안 팀에 몸담으면서 좋은 팀으로 만드는 게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고 연수에 가서 공부도 하고 많은 걸 배워와 전수해주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우승을 목표로 달리지만 선수들이 하나하나 성장하는 걸 보는 게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다. 우승을 해보고 싶은 선수들, 못해봤던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오른쪽)이 우승 직후 나성범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KIA 또한 이범호 감독이 이번 1년과 우승을 통해 얻은 경험과 이러한 지도 철학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때론 형같이, 친구 같이 선수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며 팀을 더 건강하게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여전히 베테랑에 대한 의존이 높지만 이 감독의 지도 속에 세대교체 또한 성공적으로 이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해태 시절을 제외하면 KIA를 강팀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2009년과 2017년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후 강세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감독은 향후 꾸준히 강한 팀이 되도록 팀을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왕조의 조건으로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내년엔 우승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 만들어 내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며 "왕조는 굉장히 힘든 것이고 그런 말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선수들의 능력은 올 시즌에도 2위 팀들과 비슷했다. 세밀한 것을 잘 잡아내고 선수들이 거만해지지 않고 다시 도전해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년 시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2년 차를 맞게 되는 이범호 감독이지만 '2번째 시즌'이라는 것보다 '우승 감독'이라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범호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구단에 감사 드린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신뢰를 보내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부임 발표와 함께 구단을 통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신뢰를 보내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임기 내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IA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 때 이범호 감독(위)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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