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로 폭등한 金배추, '김장'하기도 어려운 시절
전통시장 김장 비용 20% 올라
기상악화와 재배면적 감소 탓
정부 “작황, 이미 예상한 수준”
宋 “할인 정책 반영 시 안정화”
배추 3000원대 공언 지켜질까
전통시장에서 김장재료를 구매하는 비용이 1년 전보다 2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30일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가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김장재료 15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다.
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김장재료 구매 비용은 41만9130원이었다. 지난해보다 19.6% 오른 수치다. 김장재료를 전통시장이 아닌 대형마트에서 살 경우, 가격은 52만1440원으로 더 비쌌다.
전통시장에서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7050원으로 61.1% 상승했다. 무는 65.9%, 미나리는 94.5% 더 비싸졌다. 반면 김치 부재료로 쓰이는 양념채소류인 대파와 생강 소매가격은 각각 29.9%, 21.9% 하락했다. 고춧가루 가격도 7.0% 내렸다.
[※참고: 이번 조사에선 정부의 할인 지원은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는 김장철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배추를 포함한 농산물은 40%까지, 수산물은 최대 50%까지 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김치 재료 중 배춧값이 유독 많이 오른 이유는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서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2998헥타르(㏊)로 지난해(1만3152㏊)보다 1.2%(154㏊) 감소했다. 2019년(1만968㏊) 이후 5년 만에 가장 작은 재배면적인데, 원인은 '기상악화'에 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발포털에 따르면, 가을배추를 심는 시기인 올해 7~9월에 폭염이 질기게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폭염(33도 이상) 일수가 27.2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1일)보다 훨씬 많았다. 폭염만큼 호우도 많았다. 9월 중 1일 최대 강수는 117.7㎜(9월 21일)로 지난해 53.4㎜(9월 20일)의 2배 이상이었다.
가을배추를 심어야 하는 시기에 폭염·호우가 닥치면서 재배면적이 줄고, 이로 인해 생산량이 떨어지니까 가격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관측센터 전망치(전년 대비 2.7%‧평년 대비 4.9% 감소)와 유사한 수준"이라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장의향조사 결과 김장 수요가 지난해보다 3.2% 감소했고, 10월엔 배추 생육에 알맞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어 현재 수준의 작황이 유지된다면 김장배추 수급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황은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고, 현재 기온이 잘 유지되고 있으니 곧 가격이 안정화할 거란 얘기다.
정부가 배추 가격 안정화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의 할인 지원 효과가 나타날 거란 믿음에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29일 배추 도매가격이 2900원 수준으로 내려왔고, 31일부터 5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소매가격은 3000원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배추 도매가격 하락세가 소매가격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는 건 대형마트의 가격 반영이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는 "11월 7일부터 12월 4일까지 14개 김장재료에 정부 지원 20%, 자체 할인 40% 등의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소금과 젓갈류도 11월 20일부터 30일까지 50% 할인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감물가는 종종 정부의 주장과 반대로 흘렀다. 이번엔 다를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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