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7> 조선 말기 이정직이 길을 가다 낯선 마을을 보고 읊은 시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4. 11. 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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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이 비스듬히 마을에 내려앉고(白雲橫里落·백운횡리락) / 소나무와 대나무가 절로 울타리를 이루네.

흰 뭉게구름이 마을 위로 낮게 내려앉고 있다.

길 가면서 멀리서 바라보니 하늘과 구름뿐만 아니라 저 집의 나무들까지 어쩌면 저리도 맑고 깨끗해 보일까? 아름답다는 말이다.

낯선 지역을 걸으면서 그곳 마을 풍경과 하늘과 그리고 논밭, 나무들을 유심히 본 사람만이 위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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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보니 그 깨끗하기가 더할 수 없으니

- 遙望極淸絶·요망극청절

흰 구름이 비스듬히 마을에 내려앉고(白雲橫里落·백운횡리락) / 소나무와 대나무가 절로 울타리를 이루네.(松竹自成籬·송죽자성리) / 멀리서 바라보니 맑기가 더할 수 없으니(遙望極淸絶·요망극청절)/ 사는 사람은 응당 알지 못할 터라네.(居人應未知·거인응미지)

위 시는 조선 말기 학자인 이정직(李定稷·1841~1910)의 시 ‘길을 가다가 본 바를 적음’(道中記所見·도중기소견)으로, 그의 문집인 ‘석정집(石亭集)’에 수록돼 있다. 그의 문집의 서문은 이건방과 황현 등이 썼다. 7권 3책의 문집에는 황현과 주고받은 시와 편지 등이 실려있다.

시 제목에 ‘도중(道中)’이 있음을 보면 시인이 어디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길을 걷고 있다. 시 내용으로 짐작할 때 낯선 곳이다.

흰 뭉게구름이 마을 위로 낮게 내려앉고 있다. 저 멀리 있는 어느 집을 보니 소나무와 대나무가 많이 자라있다. ‘저 집은 울타리가 필요 없겠구나’는 생각이 든다. 길 가면서 멀리서 바라보니 하늘과 구름뿐만 아니라 저 집의 나무들까지 어쩌면 저리도 맑고 깨끗해 보일까? 아름답다는 말이다. 한 폭의 그림이다. 정작 저 집에 사는 주인은 자신이 저토록 아름다운 집에서 사는지 잘 모를 게다. 낯선 지역을 걸으면서 그곳 마을 풍경과 하늘과 그리고 논밭, 나무들을 유심히 본 사람만이 위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냥 빠르게 걷기만 해서는 그런 걸 눈으로도 볼 수 없고, 마음에도 담을 수가 없다.

필자가 걷고 있는 스페인 북서부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농경지와 목축지가 많다. 마을로 연결돼 있다. 마을마다 성당이 있다. 중세 때부터 순례자들이 걸었다는 길이다. 마을에 있는 성당에 들어가 미사도 올리고 아마 그곳에서 숙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마을마다 한두 곳씩 카페가 있어 순례자들이 커피도 마시고 빵을 사서 먹는다.

스페인 남부 지방은 물난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나고 재물손괴도 많았다. 하지만 산티아고 길은 비가 자주 내리나 하늘이 맑다. 구름도 아름답고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곳도 자연환경이 참으로 빼어나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사는지 알지 못하리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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