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리포트’ 현황·원인 분석 인상적…김건희 뺀 의제 소홀

이종규 기자 2024. 11. 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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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국감 보도 집중 점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제12기 열린편집위원회 다섯 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됐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정운영 전반의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다. 국감에는 부처 장관을 비롯한 수많은 증인과 참고인들이 출석한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각종 정부 자료도 제출된다. 수많은 말과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만큼 시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우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2기 열린편집위원회 다섯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국감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송지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진선미 언론인권센터 이사(노무사),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신승근 뉴스룸국 뉴스총괄부국장, 이세영 정치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한겨레의 국정감사 보도 어떻게 보셨나.

송지현 이번 국감이 극심한 정쟁의 장이 되면서 민생 이슈가 묻혔다. 그래서 기사도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정쟁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의원실 자료를 토대로 기획으로 발전시킨 의미있는 기사들이 있었다. ‘임금체불 리포트’가 그 예다. 현황 파악은 물론, 문제의 원인, 정부에 대한 비판까지 잘 정리된 기사였다. ‘한겨레다움’이 돋보인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디딤돌 대출의 수혜를 고소득층이 더 누렸다는 기사도 민생과 관련된 좋은 기사였다. 그런데 기사에 인용된 자료 출처가 거의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더라. 물론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자료들이 대부분 야당에서 나온다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너무 민주당 한 곳에 취재 소스가 집중돼 있는 점은 좀 아쉽다. 여당발 자료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다면 더 의미있는 보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손종욱 국감 관련 영상 기사들이 많아서 좋았다. 영상들을 쇼트폼(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게 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헬기 이송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과 달리 부산대병원이 ‘징계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는 단독 기사 등은 의원실 자료를 기반으로 추가 취재를 해 쓴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한겨레 사이트에서 국감 기사들을 일목요연하게 모아서 볼 수 있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3년 전에도 열린편집위원회에서 국감 보도를 다룬 적이 있는데, 기사를 보니 그때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더라. 머니투데이의 ‘the300’에서는 각 상임위별로 의원들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국감 스코어 보드’를 내보냈다. 한겨레도 그런 식으로 의원들의 국감 활동을 평가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국감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국감 자체에 대해 평가도 필요하다고 본다.

권오성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국정감사’란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봤다. 5대 일간지만 놓고 보면, 경향신문이 207개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 202개, 한겨레 186개, 조선일보 139개, 동아일보 136개였다. 대체로 진보 성향의 매체가 보수 성향의 매체보다 국감 기사를 많이 썼다. ‘김건희 국감’으로 불리는 이번 국감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기사에 나오는 단어의 빈도와 관계도 등을 보여주는 워드클라우드 분석 결과를 보면, 한겨레 기사에는 김건희, 명태균, 윤석열이라는 단어가 타사와 견줘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 경향신문과 비교해도 그런 경향이 좀 더 강하다. 물론 국감에서 중요한 이슈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김건희 이슈 이외에도, 국감 이전에도 있었고 국감 이후에도 계속될 중요한 문제가 많다. 그런 의제들이 덜 다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

형광석 한겨레가 국감 중간에 국감 이슈나 성과 등을 점검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중간평가 시점은 놓쳤으니, 국감이 끝나면 종합적인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다. 평가를 할 때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나온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참고하면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한겨레가 국감을 앞두고 이번 국감에서 이런 의제는 꼭 다뤄보라고 국회에 제안하는 형식의 보도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국회의원들이 국감에 임하는 태도나 준비 부실 등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볼 필요가 있겠더라. 뉴스를 보면, 의원들만 계속 떠들고 부처 장관 등 국회에 출석한 증인이나 참고인에게는 말할 기회도 안 주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질의를 일문일답 식으로 ‘빌드업’ 해나가는 의원은 찾기가 힘들다.

장지연 이번 국감 자체가 한계가 많았기 때문에 언론이 보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국감 이전부터 있었던 중요한 이슈들, 예컨대 기후소송 위헌 판결이나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 등의 문제를 국회가 정부에 따져 물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제들이 국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클 것 같다. 이런 와중에도 한겨레가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쓴 좋은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기업의 87%가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기사나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 임원이 된 검찰 출신 인사가 최소 29명에 이른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제정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안이 국감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언론이 감시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김지현 국감이 민생이 아닌 정쟁의 도구로 활용됐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청년유니온에서도 국감을 통해 이슈를 제기하려고 의원실과 함께 준비한 것들이 있었는데, 국감에서 제대로 부각이 안돼 안타까웠다.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서는, 여러 위원님들이 지적하셨지만, 사이트에 국감 페이지가 따로 없어서 아쉬웠다. 기사에 국감 현장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좋았다. 당부하고 싶은 것도 있다. 의원들의 행태와 국감 성과 등을 담은 결산 기사를 잘 써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년에는 좀 더 나은 국감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선미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으로 좁혀서 말씀을 드리겠다. 이번 환노위 국감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동쟁의 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 제한 등 다뤄야 할 중요한 의제들이 많았는데, 국감 자체도 그렇고 한겨레 보도에서도 제대로 다뤄진 것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환노위 국감에서 뉴진스 하니의 국회 출석이 굉장히 부각된 것 같다. 하니 국감 출석 관련 보도마저도 좀 화제성이나 가십거리로 다뤄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 사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의 인권 문제, 연예산업의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선 문제의식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정임 국감 기간에는 수많은 자료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온다. 언론사 입장에선 독자들에게 중요한 뉴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럴 때일수록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물론 짧은 시간에 신속·정확하게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힘들겠지만, 어떻게 하면 중요한 이슈를 최대한 쉽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전형적인 국감 기사 스타일에서 벗어나 가벼운 내러티브 방식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기획기사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료를 바탕으로 현장 취재를 하고 당사자 목소리를 담아 기사를 쓴다면 흡인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홈페이지에 독자들을 국감 관련 기사들로 안내하는 게이트 같은 역할을 할 팟캐스트 등의 흥미로운 콘텐츠를 첫 화면에 고정적으로 배치해도 좋을 것 같다.

이세영 해마다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거기에 언론이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책임감을 느낀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앞으로 국감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식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기사를 보다가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버튼이 있어서 눌러봤는데 페이지 연결이 안 되더라.(김지현 위원)

• 토요판을 폐지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아쉬웠다. 토요판 콘텐츠를 최대한 남긴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손종욱 위원)

• 토요판을 폐지하려는 목표가 분명했으면 좋겠다. 단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권오성 위원)

• 내년은 을사늑약 120년이 되는 해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착안해서 미리 기획을 검토해 주셨으면 한다.(형광석 위원)

• ‘임금체불 리포트’ 시리즈를 뒤늦게 보려고 찾아봤는데, 시리즈 제목으로는 검색이 안 되더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진선미 위원)

• 서울 성수동 하면 혁신이 떠오르는데, 한겨레가 그 이면의 팝업스토어 폐기물 문제를 짚는 등 환경 관점에서 여러 사안들을 보도하고 있어서 좋았다.(장지연 위원)

• 이에스지(ESG) 경영과 관련해 한국에선 노동 문제가 너무 간과되고 있다. 노동 관점에서 이에스지를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송지현 위원)

•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저출생 이슈를 다뤘는데, 행사 내용과 관련 기획기사 모두 좋았다. 한겨레는 ‘다가가기 어려운 선생님’ 같은 느낌이 있다. ‘김미영의 갱년기? 갱생기!’와 같은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세계불꽃축제와 관련해 하루 간격으로 경제면에는 ‘한화 100억짜리 불꽃축제, 매년 여는 까닭?’이 사회면에는 ‘화려한 불꽃 뒤 불편한 진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하나는 기업 입장에서 쓴 기사고, 다른 하나는 환경 관점에서 쓴 기사다. 경제부 기사만 본 독자들은 좀 의아해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두 기사를 모아주든가 해서 독자들이 양 측면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원회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10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52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임금체불 리포트’ 기획이었다.

1. 사상 최대 임금체불 리포트 사회정책부 박태우 전종휘 기자

한줄평: “독자들이 임금체불 실태를 체감할 수 있게 해준 기사” “임금체불의 구조를 해부하고 대안을 촉구”

2. 토요판 커버스토리 ‘버려진 책, 살려낸 책’ 토요판부 이문영 기자

한줄평: “디지털 시대 책의 운명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었던 기사”

3. “강남에 밀려 경기발 노선 폐지…새벽 노동자 “삶 더 어려워져” 전국부 이준희 기자

한줄평: 숫자로만 집계되는 교통취약지 주민 목소리 대변”

4. 온가족 다섯번 피난 “가자엔 파괴만 남았다” 국제부 최우리 기자

한줄평: “서면 인터뷰 등을 활용한 독자적 취재로 전쟁의 참상을 피부에 와닿게 전달”

5. 손흥민 발목 잡은 ‘축구장 논두렁 잔디’…진짜 주범은? 지구환경부 옥기원 기자

한줄평: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흥미롭게 풀어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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