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엄격한 ‘안전기준’ 우리는 부실한 ‘안전불감’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경기일보는 지난 7월 도내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바닥재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이 다수 검출된 내용을 보도했다. 첫 보도 이후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수많은 학부모는 물론 시민단체가 나서 전수조사 및 전량 교체를 촉구했다. 우리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자산인 어린아이들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에 정치권도 속속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화성병)은 그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학교보건법 및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전수조사 및 긴급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어린이 놀이터의 유해성 논란이 짙어지자, 경기도교육청은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바닥재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를 통해 그 결과가 공개됐고, 검사를 실시한 43곳 중 34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준의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검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도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 활동 공간 시설 개선비를 현재(10억원)보다 6배 늘린 60억원으로 책정하고, 경기도·경기도의회와 발암물질 놀이터 고무 바닥재 논란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처럼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어린이 놀이터 탄성포장재 바닥재의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어린이 놀이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지난 1일 경기도의회에서 진행됐다. K-ECO팀은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한 ‘경기도 안전한 어린이 놀이터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 토론회 참석자 >
임봉우 단국대 일반대학원 운동의과학과 교수·남효순 오산대 유아교육과 교수·양인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김대원 경기도 안전기획과 안전대책팀장·이정수 경기도 정원산업과장·이나현 경기도교육청 학교안전과 시설안전지원팀장
임봉우 단국대 교수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산 국가이자 인구절벽이 유독 심하다. 이런 큰 사회적 이슈 내에서 ‘어린이 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큰 맥락으로 봤을 때 어린이 놀이터라고 하는 공간은 우리에게 보이는 양적이고 법적이고 형태적인 것들만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안전 관리 기준이나 기간 등 질적인 면에서 어린이 놀이터를 바라봐야 할 때다.
인구절벽의 나라에서 미래가 되어 줄 우리 아이들을 안전한 환경에서 양육시키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남효순 오산대 교수
교육자의 관점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봤을 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시설 관리와 안전 관리가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연 친환경적인 바닥재를 사용하거나 3개월 단위의 관리가 이뤄지는 유럽 등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도 많이 쫓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유아교육 현장은 놀이 중심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실 안에서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외에서 아이들이 학습과 배움을 이뤄 나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놀이터를 단순히 놀이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성장과 발달이 이뤄지는 곳으로 인식하고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등 여러 시스템을 구축해 놀이시설에 걸맞은 맞춤형 안전 기준을 성립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대원 경기도청 안전대책장
바닥재에서의 유해성 논란도 중요하지만, 일차적으로 어린이 놀이터가 ‘안전’한 공간임이 증명돼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 2월 어린이 놀이시설 관리·감독기관 지도 및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어린이 놀이시설 이용에 있어 안전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꾸준한 합동점검을 실시해 나가겠다.
이정수 경기도청 정원산업과장
현재 도는 경기도아이누리놀이터 조성사업을 통해 놀이터를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당 놀이터에는 흙, 모래, 우드칩, 잔자갈 등 친환경 소재를 바닥재로 사용하고 고무칩 등은 지양하고 있다. 그러나 손이 많이 가고 깔끔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부모들에게 외면받고, 놀이터 관리처에선 이러한 이유로 고무칩을 선호하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가 단순히 시설이 아닌 진짜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기 위해서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이 필요하며 유해하지 않은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나현 경기도교육청 시설안전지원팀장
경기도교육청은 어린이 놀이터 바닥재 설치 이후에도 매년 전문 기관에 의뢰해 유해 물질 포함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검사 항목에 PAHs가 제외돼 있다.
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어린이들의 안전이 자칫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부분은 충분히 공감한다. 현재 PAHs 검사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정리가 필요하다. 유해성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친환경 바닥재가 조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도교육청은 이러한 내용이 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양인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어린이 놀이시설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이후 7~8년이 지난 2016년쯤에도 또다시 놀이시설의 유해성이 재점화된 바 있다. 현재 세 번째로 논란이 일었고 그 주기는 7년에서 8년을 반복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등장하는 데는 현재 표준화가 사회 현상을 따라오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각 부처에서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격차가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 각기 적용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와 시험 연구원까지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젠 어느 분야에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시기이며, 이러한 과정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날 좌장을 맡은 유영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어린이 놀이터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시간이었으며,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군가는 시작해 준비하고 끝을 봐야 할 것이며, 그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도 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더욱 신경 쓸 것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관련기사 :
예산 6배 늘려… 발암물질 놀이터 ‘확’ 바꾼다 [경기일보 보도, 그 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27580146
경기도 교육청, 도내 유치원·초등학교 37곳 발암물질 검사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901580214
[단독] 발암물질 ‘범벅’… 학교 놀이터가 위험하다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630580186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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