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재판 생중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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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암 투병 끝에 사망한 OJ 심슨은 미식축구계의 마이클 조던 같은 존재였다.
흑인 스포츠 영웅이 백인 전처 살해 혐의를 받은 데다 재판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연방법원의 재판 생중계 금지 관행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우리나라에서 1심 재판이 생중계된 사례는 2014년 8월 19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재판을 희생자 유가족들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대형스크린으로 지켜본 것이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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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암 투병 끝에 사망한 OJ 심슨은 미식축구계의 마이클 조던 같은 존재였다. 1970년대에 최우수선수(MVP)로 여러 번 선정되었고, 흑인 최초로 ‘코카콜라’ 광고를 찍었다. 그는 1994년 6월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으며 더 유명(?)해졌다. 흑인 스포츠 영웅이 백인 전처 살해 혐의를 받은 데다 재판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2023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재판 과정을 생중계해달라고 미 워싱턴 DC연방법원에 요청했다. 그는 지지층의 의회 폭동을 부추겨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를 받았다. 법무부는 연방법원의 재판 생중계 금지 관행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시민의 알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 워싱턴 DC와 연방대법원을 제외한 50개 주에서 주요 재판 과정을 TV로 중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은 법정에 가지 않고도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을 손쉽게 확인한다.
우리나라에서 1심 재판이 생중계된 사례는 2014년 8월 19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재판을 희생자 유가족들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대형스크린으로 지켜본 것이 최초였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볼 수 있었고 일반 국민까지 시청한 건 아니다. 대법원은 2017년 7월 국민의 알 권리 확대를 이유로 주요 재판의 1·2심 선고를 TV로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를 생중계한 적이 있다. 또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 및 뇌물수수 사건 1심 재판의 중계도 허락했다. 하지만 법원 카메라로 재판 과정을 촬영해 언론사에 제공하는 식이었다.
대법원 규칙 2751호에 따르면 피고인이 생중계에 동의할 경우 선고공판을 생중계할 수 있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공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재판부 뜻에 따라 생중계가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15일)·위증교사(25일)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재판 생중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증거 조작’ ‘녹취록 짜깁기’를 주장하고 있어 생중계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재판은 유력 대선주자가 피고인이어서 국민적 관심 사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 1 야당 대표가 법정에서 재판받는 장면을 노출하는 것은 지나친 망신주기와 인권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의사와 공공의 이익을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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