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청년들의 한숨, ‘좋은 일자리’는 어디에?
지난 29일 한국경제인협회는 ‘2024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청년이 느끼는 취업 환경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구직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과 이러한 상황이 청년들을 점차 ‘소극적 구직자’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구직이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36.5%로 증가했다(지난해 30.3%). 구직이 어려운 주요 원인으로는 ‘경력직 선호로 인한 신입 채용 기회 감소(27.5%)’와 ‘좋은 일자리 부족(23.3%)’, ‘실무경험 확보의 어려움(15.9%)’ 순으로 꼽혔다. 또 ‘소극적 구직자’는 응답자의 60.5%에 달한다. ‘소극적 구직’은 ‘형식만 갖춘 의례적 구직(30.9%)’ ‘구직 활동 거의 안 함(23.8%)’ ‘쉬고 있음(5.8%)’ 등이다.
이 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첫째는 한국 고용 시장에서 ‘좋은 일자리’ 실종 현상의 심화이다. 이는 중소기업 일자리가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알려진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는 매우 크다. 중소기업 정규직의 평균 임금(280만 원)은 대기업 정규직(410만 원)의 68.3%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157만 원)은 대기업 정규직의 38.4%에 불과하다. 소위 노동시장 이중구조이다.
결과적으로 청년에게 중소기업은 ‘좋은 일자리’ 후보가 아니다. 2024년 최저시급을 받는 커피숍 알바는 주 40 시간 일하면 월 206만 원을 받는다. 중소기업에 가는 대신 근무 환경이라도 좋은 알바를 하는 것이 청년들로서는 차라리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또 하나 이 조사 결과의 중요한 함의는 채용 방법의 문제이다. 응답자들은 ‘경력직 선호로 인한 신입 채용 기회 감소’를 구직이 어려운 이유 1위로 꼽았다. 3위를 한 ‘실무경험 확보의 어려움’까지 합하면 경력, 경험 부족으로 인한 기회 상실이 43.4%에 달한다.
지난 10월 21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청년층 조기 사회진출 활성화 방안’ 포럼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청년층이 괜찮은 일자리를 못 가지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출생률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찾자는 취지의 이날 포럼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이상준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문제를 들고나왔다. 대기업이 대졸 사원을 공채로 뽑는 대신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채가 아닌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는 방식은 경력이 없는 신입 지원자가 일자리를 얻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이후 대기업 공채가 폐지되고 수시 채용이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첫 직장 취업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크루트에 의하면 1998년 25세였던 대졸 신입사원 첫 취업 연령은 2020년에는 31세로 높아졌다. 그러니 결혼도 출산도 늦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청년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실업은 증가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이다. 일자리 문제는 이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해법은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부터 출발한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노동 개혁의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있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마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벌어지는 부당한 갑을 관계에 대한 엄중한 규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좋은 일자리라는 관점을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와 정부의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과제이다. 흔히 제시되는 중소기업의 교육시스템 구축이나 역량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등의 대안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해 ‘경력 있는 신입’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도꼭지는 열어 둔 채 물만 퍼내는 일이다. 중소기업의 ‘있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꿀 묘수를 찾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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