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에 빼앗긴 광장… 갈 곳 잃은 시민들
진영간 맞대응 확성기 고음경쟁
저녁까지 계속… 시민 불편 호소
“휴식하기 좋은 곳인데 불쾌감만”
교통체증·막말시비 피로감 고조
11월의 첫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온종일 이어졌다. 진보계와 보수계 시민사회단체가 맞불을 놓듯 제각기 집회를 개최하며 ‘확성기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정권 퇴진 운동과 탄핵 시도 규탄 집회가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도심 대규모 집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올해 내내, 매주 열리는 시위로 인한 교통체증과 확성기 소음으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 집회 현장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0만명, 경찰 추산 약 1만70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이 집회를 벌이는 동안 서울역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차도는 정체를 빚었다. 인근 보행로는 이곳을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시민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뒤엉키며 혼잡한 양상을 보였다. 시민 김모(24)씨는 “사람들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바람에 집회 장소를 지나는 데 30분은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집회는 해가 진 뒤에도 이어졌다. 민주당에 이어 촛불행동이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모여 저녁까지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소리쳤다. 보수단체가 집회를 벌였던 대한문 앞은 경기도의사회 주도로 열린 의료농단 집회로 바뀌었다. 확성기 소리를 비롯한 집회 소음이 온종일 계속된 셈이다.
일부 집회에선 참가자가 과격한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투는 등 행패를 부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집회 참가자와 주변을 지나던 시민 간 “빨갱이 ××들 정신 못 차렸다”는 말에 “무식하면 ×치라”며 응수하는 식의 다툼이 벌어지고, 주위 사람들에 의해 제지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였다.
같은 날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선 청소년 축제가 열려 초·중·고등학생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았는데 “빨리 지나가자”며 아이들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경찰이 통행을 막자 “(목적지에) 어떻게 갈 수 있냐”며 혼란스러워했다.
8월부터 주거지역 등 집회·시위 최고 소음 기준치를 5㏈ 또는 10㏈씩 낮추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소음 기준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뀐 기준은 주간 80dB, 야간 70dB 및 심야 65dB 이하다. 80dB은 지하철이 승강장에 진입하는 소음 수준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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