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에 '명태균 조사단'까지...尹 코너로 모는 이재명, '탄핵'은 신중
尹 4일 시정연설 불참 시, 국회 농성 검토
장외집회 정례화에 명태균 의혹은 살라미식으로
윤석열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 폭로로 분위기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 장외집회에 이어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관철과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까지 출범시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검을 통해 실정을 낱낱이 확인하면서 국민적 여론을 조성하면 윤 정부가 스스로 백기를 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때와 달리 '탄핵'에 거리를 두고 있다. 15일, 25일 예정된 자신의 1심 재판 결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특검법부터 '스텝 바이 스텝'?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삼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까지 나온 지금이 특검 관철의 최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1심 재판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민주당은 여당을 향해서도 압박을 이어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특검법의 내용이나 형식, 여권에서 주장하는 독소조항에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만약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올 경우, 김건희 상설특검법까지 묶어 재의결을 28일 본회의에서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명태균씨 관련 의혹도 특검법 처리와 연결해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이날 민주당은 5개 분과에 현역 의원 15명이 참여하는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명단을 발표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당장 추가 폭로에 나서기보다는 윤 대통령의 대응을 보고 하나씩 '살라미' 방식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민주당에 또 다른 녹취록이 있는지, 공개하는지 묻기 전에 윤 대통령이 숨지 말고 나와서 왜 이런 사실이 불거졌는지 분명히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끝내 4일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할 경우, 국회 농성을 비롯해 특검법 통과를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더 집중할 계획이다. 전날 서울역 앞에서 열린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에선 당 추산으로 30만 명(경찰 추산 1만7,000명)을 결집시켰는데, 이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년 전 탄핵 앞장서 외쳤던 이재명, 신중해진 이유는?
정권 실정을 부각하는 민주당이지만 탄핵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의원 연대가 발족하고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두 '개별 의원 차원'으로 선을 긋고 있다. 이 대표도 지난 2일 규탄대회에서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라며 사실상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탄핵'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경기 성남시장으로 가장 전면에서 탄핵에 앞장섰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 대표다.
8년 전과 다른 건 이 대표가 현시점에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이다. 이에 따른 셈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을 섣불리 꺼냈다가,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보수층의 역결집을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이 분명하지만, 이런 여론이 탄핵까지 연결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16년 탄핵 국면의 도화선이 됐던 촛불집회를 의식한 2일 장외집회도, 당 추산과 달리 경찰 추산에 따르면 목표로 잡았던 5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특검법을 관철시키고, 명씨 관련 의혹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국민적 여론을 주시하는 게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 선택지다. 당 핵심 관계자는 "특검법이 통과되면 탄핵 여론도 더 타오르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특검법 관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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