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대충·포기’ 지우고…될 때까지 두드렸던 안병훈 [임정우의 스리 퍼트]
유럽 거쳐 2016년부터 PGA서 활약
2020~2021시즌 부진하며 美2부행
좌절 아닌 성장 발판 삼고 연습 매진
첫 투어 챔피언십 출전 감격도 맛봐
4년째 하고 있는 스윙교정 완성 단계
마음가짐 변화도 선전의 중요한 역할
“2025년엔 PGA 투어 첫 우승 도전
100점 줄 수 있는 한해 만들고 싶다”
탁구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던 특급 기대주였다. 2009년 아마추어 최고 권위 대회 US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한 그는 DP월드투어를 거쳐 2016년 꿈의 무대 PGA 투어에 데뷔했다.
따로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안병훈은 첫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PGA 투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6~2017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단 한 번도 출전권을 잃지 않았던 안병훈에게 2020~2021시즌에 위기가 찾아왔다. 슬럼프에 빠진 그는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하며 출전권을 잃었다.
그러나 안병훈에게 포기란 없었다.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절치부심한 그는 1년 만에 PGA 투어로 돌아왔다. 그리고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복귀 후 첫 시즌인 2022~2023시즌 페덱스컵 랭킹 44위를 차지했던 그는 올해 한 단계 올라섰다. 페덱스컵 랭킹 30위 이내에 들어 사상 처음으로 투어 챔피언십을 경험하게 됐다.
안병훈은 “2024년은 프로 골퍼가 된 뒤 가장 골프가 잘 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투어 챔피언십과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고 마지막 대회였던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는 우승까지 했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 받은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완성 단계에 도달한 ‘버전 2.0’ 스윙도 안병훈이 선전을 펼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안병훈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2020년 11월부터 스윙코치 션 폴리와 함께 스윙교정을 하고 있다. 4년째에 접어든 올해 새로운 스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게 됐다.
PGA 투어 선수라고 해서 스윙교정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습관을 바꿔야 하는 만큼 안병훈 역시 비시즌에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백개의 공을 치며 연습에 집중했다.
안병훈은 “테이크어웨이와 백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손목을 돌리는 것을 교정하기 위해 3년 넘게 연습했다. 지금은 예전 스윙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스윙이 익숙해졌”면서도 “지금도 아주 가끔씩 과거의 안 좋은 습관이 나오는데 5년 정도 더 하면 완벽하게 내 것이 될 것 같다. 남의 것을 빌려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겨울에도 연습에 매진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안병훈이 다시 PGA 투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는 데 가족도 큰 힘이 됐다. 안병훈은 “내 편이 있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아내와 아이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골프에 대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가족은 내게 힘을 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님과 할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부모님과 할머니의 희생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직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며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우승한 게 처음인데 효도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계속해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미국으로 돌아간 안병훈은 곧바로 새시즌 준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골프라는 게 매 번 잘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습을 절대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올해 내 자신에게 주는 점수가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인데 내년에는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해 100점을 완성하고 싶다. 원하는 결실을 맺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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