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메모리 치킨게임… 삼성·SK·마이크론 `3강` 균열

장우진 2024. 11.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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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앞세운 中, 생산량 확대
트렌드포스 "7년 내 2배 이상"
D램·낸드플래시 가격하락 지속
기술력 올라 美 제재도 안통해

지난달에 이어 범용(구형·레거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또 급락했다. 전반적 수요 침체도 요인이지만, 미국의 규제에도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공급을 늘리는 중국 업체의 출혈 경쟁 때문이다.

메모리업계는 가격하락에도 감산을 않음으로써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삼성전자가 승자가 됐던 과거 메모리 1, 2차 치킨게임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7년과 2010년에 두 차례 치킨게임을 거쳐 세계 반도체 시장은 D램의 경우 '3강', 낸드플래시는 '5강' 체제로 안정화 됐는데,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 판세를 뒤집으로 한다는 것이다.

◇中정부, 보조금으로 기존 메모리 업계 구도 변경 시도=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 등 '3강'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5강' 체제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미·중 전략경쟁, 레거시 반도체로 전이되나'라는 보고서에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통계를 인용해 28나노 이상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생산능력 비중이 2021년 22.9%에서 2027년 32%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한국은 9.3%에서 7.3%로, 북미는 3.6%에서 2.4%로 각각 줄어든다. 이 같은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등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꾸준하게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최근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가 수요 부진 뿐 아니라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운영하는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평균 가격은 3.07 달러로 전월 대비 29.18% 급락하며 3달러 초반선까지 내렸다. 이 제품은 작년 10월말(3.88달러)을 마지막으로 줄곧 4달러 선을 유지했다.

또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지난달 평균 가격이 1.70달러로 두달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4~7월 줄곧 2.10달러를 유지하다 8월 2.05달러로 하락하며 약세 기조가 이어졌다.

트렌드포스는 이에 대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DR4 생산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는 더 많은 PC 제조업체에 프로모션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4분기 계약가격이 5~1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대중 반도체 봉쇄 통하지 않고 있어=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신규 투자 3건 중 1건이 중국이었을 정도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내 반도체 설비는 44곳으로 현재 22곳이 건설 중"이라며 "향후 5~7년 내 생산능력이 현재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중국의 첨단산업 자립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군사·안보 최첨단 기술과 관련해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는 규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또한 통할지 의문이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견제는 2017년부터 계속 진행 중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완제품 뿐 아니라 부품·장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 업체인 나우라는 전체 매출의 98%에 이르는 자국 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8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4위에서 무려 6단계나 상승했다. 나우라는 반도체 식각장비 뿐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사용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장비와 같은 첨단 기술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 같은 공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 사업 비중을 줄여 공급과잉 우려에 선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범용 제품은 시장 수요에 맞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생산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며 감산 전략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의 미팅에서 DDR4와 저전력(LP) DDR4의 생산 비중을 올 2분기 40%에서 3분기 30%로 낮춘 데 이어 4분기에는 2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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