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데려온다고? 김칫국 마시는 윤정부
권혁철 | 통일외교팀장
러시아에 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다 붙잡히면 한국이 북한군 포로를 신문하고 국내로 데려올 수 있을까. 따져볼 게 많은 복잡한 일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한 태도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9일 비공개로 진행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힌 북한군이 귀순을 요청할 경우 “우리 헌법상 영토에 있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당연히 귀순을 받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영토 조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군 포로가 귀순을 요청하면 받아주고 국내로 데려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모니터링단에 북한군 포로 신문 요원이나 심리전 요원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모니터링 내용이 북한군의 심리적 동요와 이탈에 관한 문제까지 우크라이나 정부와 함께 협의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는지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북한군 포로들을 신문하고 귀순시켜 국내로 데려오는 상황까지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다.
지난달까지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북한군 포로 신문, 귀순 수용 등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언행이었다.
먼저 한국의 북한군 포로 신문 참여부터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지 않는 한국은 북한군 포로 신문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포로 신문은 교전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전쟁포로에 관한 국제법규인 ‘제네바 협약’ 제17조에는 “(포로를 신문할 때는) 그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한국이 북한군 포로 신문에 참여를 요청하고, 우크라이나가 허락하면 북한군 포로 신문 과정에 한국이 통역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첩보를 얻기 위한 체계적인 직접 질문인 ‘신문’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뜻이 통하도록 말을 옮겨주는 ‘통역’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북한군 귀순 유도 작업은 신문보다 더 어렵다. 헌법 영토조항을 근거로 ‘북한군도 한국 국민이니 귀순하면 받아줘야 한다’는 주장은 국내에선 통하지만, 이 논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하긴 어렵다. 남북이 1991년 9월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국제사회는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실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군 포로를 데려가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제네바 협약 제118조는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 조항을 근거로 즉각 송환을 요구하고 ‘자국민 납치 공작’이라고 반발할 경우 국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허용하거나 묵인하면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데려올 수 있다. 과거 중국이 자국 내 탈북민들의 제3국을 통한 한국행을 묵인해온 사례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를 난민으로 인정하면, 이들을 국내로 데려올 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가능성을 일찌감치 닫아버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한국방송(KBS)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가능성’에 대해 “모든 국적 포로를 전쟁포로로 대우”하겠다고 말했다. 북한군 포로를 난민이 아닌 전쟁포로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교환할 자원을 늘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군 병력도 우크라이나인과 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보내지 않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교환하겠다는 것이다. 북한군 포로 신문, 귀순 유도 작업은 떡 줄 우크라이나는 생각도 않는데 윤석열 정부가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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