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셀러와의 상생 최우선"… `식자재 업계 쿠팡` 꿈꾼다
식품분야 IT인프라·최적의 경로·정보 제공·재고관리 등 돕고파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식자재 업계는 아직도 산업화가 잘되지 않은 업계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IT(정보통신)를 통해 이 시장을 디지털화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각 지역의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유통사들이나 셀러사들을 저희 플랫폼에 입점시켜서 이들이 식당들과 잘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과의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B2B(기업 간 거래) 식자재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가 자신의 꿈을 넌지시 털어놨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창업을 꾸준히 해왔던 소위 '창업 대가'다. 지난 23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마켓보로 사무실에서 그와 만나 탐험가 같았던 그의 창업 히스토리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커리어는 2002년 인터하우스 개발팀 근무부터 시작했다. 병역 특례를 통해 해당 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그는 컴퓨터공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커리어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그는 학교에 복학하지 않고 블루제타라는 기업을 처음으로 창업했다. 임 대표는 "그리드 컴퓨팅이라고 서버의 트래픽을 분석하는 회사였는데, 이후 투자도 받으면서 매각을 하게 됐다"며 "첫 회사의 창업과 매각은 스스로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그의 나이가 불과 20대 중반이었다.
첫 회사의 창업과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그는 두 번째 회사인 주다스컴퍼니를 또다시 창업하게 된다. 주다스컴퍼니는 기업용 B2B 세일즈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5명이서 연 매출 30억 원을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됐다.
이후 그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모바일 소셜 동영상 서비스 분야였다. 그는 2009년 스타트업 제타앱을 창업했는데, 당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 아이폰을 선보이기도 전이었다.
그는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기도 전부터 아이폰을 구해서 개발자들과 앱을 개발했다"며 "당시 페이스북이 텍스트 중심이었다면 저는 동영상을 중심으로 앱을 구상했는데, 지금의 틱톡이나 유튜브와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투자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라 싱가포르나 미국에 투자를 받으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이후 안타깝게 투자가 되지 않으면서 매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제타앱을 개발하면서 실패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가 다음으로 도전한 분야는 유튜브 음악을 활용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뮤직톡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유튜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라디오처럼 특정 주제의 재생목록을 시청자가 들어와 듣는 방식이었다.
임 대표는 "고객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다가 유튜브 영상을 가지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앱을 개발했다"며 "한국에서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앱 역시 기존 무료였던 유튜브 음악이 저작권료를 내도록 바뀌게 되면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이후 그는 모바일 앱을 만드는 일에 새롭게 도전했다가 식자재 시장에 대해 우연히 접하게 됐다. 당시 식자재 시장은 온라인이나 디지털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시장이었다.
임 대표는 "식당 사장님들이 식자재를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는데, 마땅한 플랫폼도 없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며 "그렇게 마켓보로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켓보로는 B2B 식자재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온라인 주문 중개 플랫폼인 '식봄'과 수발주 중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마켓봄'을 운영하고 있다.
식자재 업계는 식당 사장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곳들하고만 거래하는 매우 폐쇄적인 시장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영업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이들을 묶어주는 플랫폼 역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 역시 사업 초창기 이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식자재를 유통하시는 분들이 어디에 계시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었다"며 "또 이들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이분들이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지 IT에 친화적이지도 않아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서비스 초기에는 제가 직접 현장에 상주하면서 이분들과 지냈다"며 "이들이 우리 고객으로 넘어오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기존에 없던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규모의 경제까지 성장하게 되면서 그는 '쿠팡'을 예로 들었다. 임 대표는 "마켓보로가 어떤 회사가 될 거냐는 질문에 결론적으로는 쿠팡과 비슷한 모습이 될 것 같다"라며 "다만 저희는 입점하시는 셀러들과의 상생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 말과 함께 그는 사무실 한편에 붙어있는 사훈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고객의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임 대표는 "여러 번의 창업을 해오면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고 싶은 사업만 하다 보니 사명감이라는 게 별로 없었고 쉽게 비즈니스를 접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마켓보로 사업을 이어오면서 식당 사장님들로부터 '마켓보로가 없으면 사업을 못한다'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며 "그런 말들이 저희가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루에 3~4시간 자며 외주 일을 병행하며 마켓보로 일을 하기도 했었다"며 "지금은 우리가 식자재 시장 근본 자체를 디지털로 혁신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그가 가장 서두르는 것은 손익 개선이다. 임 대표는 "내년에 흑자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이라며 "인건비와 마케팅비를 효율화하고 흑자전환하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하반기에는 투자를 받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끝으로 그는 "IT 인프라가 낙후된 곳에 IT를 통해 조금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최근에는 외식 경기가 10여 년 사이 최악인 수준으로 악화됐는데, 막연히 수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식품 분야에서 최적의 경로와 정보를 제공하고, 재고관리를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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