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최근 하늘길 넓어진 부산, 자족해선 안 돼
시, 혼신의 노력 기울여서 시민 이동 편의 더 높여야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누구나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혼자 훌쩍 집을 벗어나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거나 꼭 다시 들르고 싶어 했던 곳을 찾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목적지가 국내가 아닌 해외라면 기분은 더욱 좋아진다. 이때부터는 서둘러 인터넷 등을 뒤져 빠뜨리지 않아야 할 명소를 찾는다. 남들이 쓴 여행 후기도 꼼꼼하게 읽는다. 행여 떠나야 할 즈음에 마땅한 항공기나 선박이 없을까 봐 예약도 서둘러야 한다.
여기까지 이르면 준비는 거의 마무리. 근데 이때쯤 슬슬 짜증 나는 일이 생긴다. 사는 곳이 지방인지라 먼 곳으로 가려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환승을 한다 해도 녹록지 않다. 여러 나라의 도시를 거친 뒤 목적지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원하는 곳에 도착하기 전에 기진맥진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왜 부산에서는 그곳까지 곧바로 가는 항공편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김해공항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제2 거점공항’이다. 누구나 인정한다. 근데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최근 끝난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주요 3대 공항의 국제여객은 4024만3929명으로 집계됐다. 김해공항에서는 429만558명이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분담률은 10.7%에 그친다. 인천공항(3404만8517명)의 84.6%와 비교하면 차이가 아주 크다.
다행히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개선됐다. 이번 동계기간(10월 27일~ 2025년 3월 29일)에는 김해공항에서 37개 국제선이 운항한다. 주요 노선은 부산~도쿄 나리타·오사카·베이징 서우두·상하이 푸둥·울란바토르·하노이·호찌민·괌·사이판 등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발리를 잇는 항공편이 처음으로 취항한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산~발리 노선에 에어부산의 주 4회 항공기 투입을 허가했다. 이 노선에서는 지난달 30일 첫 항공기가 출발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공항에서 5000㎞ 이상 장거리를 비행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좋은 소식은 또 있다. 국토부는 부산~자카르타 노선(주 7회) 운항도 이미 결정했다. 9월에는 우즈베키스탄과 논의를 거쳐 한국 지방공항~타슈켄트 주 4회, 한국 지방공항~우즈베키스탄 지방공항 주 4회 운수권을 따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튀르키예와의 항공회담에서 지방공항~이스탄불 노선 여객 운수권(주 3회) 신설에 합의했다. 앞으로 국토부는 제반 여건을 파악한 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어느 공항이 적격지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공항을 둔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모나 승객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할 때 김해공항이 이들 노선의 출발·도착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객관적으로 아주 타당한 분석이다.
부산과 유럽·미주 간 장거리 노선을 신설하려는데 청신호가 켜진 것도 고무적인 사실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박형준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부산~바르샤바 항공 노선을 신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산 무기를 대거 수입한 나라가 폴란드인지라 직항이 생기면 지역 방위산업체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부산~헬싱키(핀란드) 노선 신설 역시 합의된 상태다.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직항 개설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는 이전에 비해 몇몇 노선이 늘었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해외 직항편 신설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해공항은 2029년 12월 말 가덕도신공항 개항 전까지 명실상부한 동남권 관문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저조한 국제여객선 분담률도 훨씬 높여야 한다. 다행히 시의 노력은 알찬 결실을 내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지방공항~이스탄불 노선 신설 때 부산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시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과 업체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산과 이스탄불을 바로 잇는 노선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들이 이스탄불로 가려면 인천공항까지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터키항공 측도 우리나라의 이 같은 제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부산~발리 노선 취항식 때 참석했던 박 시장은 “인도네시아 노선을 시작으로 미주, 유럽을 연결하는 다양한 세계 항공 교류망을 확충해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위상 강화와 가덕도신공항 성공적 개항 여건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의지가 현실로 이어지길 바란다.
염창현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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