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눈물의 연설’ 한 독일 그곳에 ‘박정희 공원’ 생긴다
“광원 여러분, 간호원 여러분. 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중략)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중략)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60년 전인 1964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일 뒤스부르크 함보른 탄광 주변의 한 강당에 모인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를 격려하며 이같이 연설했다. 당시 그 자리에 모인 광부와 간호사 300여 명은 물론 박 전 대통령 옆에 있던 육영수 여사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시절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3달러였다. 아시아 최빈국(最貧國)의 영부인, 육 여사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독일 신문에도 실렸다. 박 전 대통령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1억5900만마르크(약 4000만달러) 차관을 빌렸다. 그 돈으로 우리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 경부고속도로와 포스코를 지었다.
박 대통령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앞에서 연설했던 함보른 강당 주변에 ‘박정희 공원’이 조성된다. 경북도는 독일 출장 중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쇠렌 링크 뒤스부르크 시장을 만나 60년 전 박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기념하는 현판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현지시각) 독일 뒤스부르크 시청을 방문한 이 지사는 쇠렌 링크 시장에게 “박 전 대통령이 연설한 곳 인근에 ‘박정희 정원’을 조성하고 방독 60주년 기념현판을 달아 달라”고 제안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링크 시장이 ‘대한민국 총영사와 협력해 공원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가 전한 현판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확보한 차관으로 세운 포스코에서 제작했다. 현판에는 한국의 경제성장 배경에 독일이 제공한 상업차관, 파독 광부·간호사가 고국으로 보낸 1억 달러가 종잣돈이 됐다는 사연과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에 대한 내용이 한글과 독일어로 새겨졌다. 이 지사는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뒤스부르크 시장 초청 의사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연설한 타운홀은 리몰딩돼 현재는 뒤스부르크시에서 체육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뒤스부르크시는 이 일대에 기념현판 설치와 정원 조성에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경북도는 실무적으로 합의가 이뤄졌으며, 시의회 동의와 행정절차를 거쳐 정원 조성과 방독 60주년 기념현판 설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이 지사 일행은 파독광부기념회관인 에센 한인문화회관에서 재독한인총연합회장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며, 감사패와 기념현판을 전달했다. 오찬 자리에는 독일 외에도 유럽 각 나라에서 모인 파독 광부·간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파독 광부과 간호사분들의 희생과 헌신의 노력,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의 리더십이 조국 근대화를 이뤄냈다“며”이제라도 60년 전 박 대통령과 이들의 눈물과 감동의 순간들이 영원히 기억 될 수 있는 공원 조성 사업이 시작될 수 있어서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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