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커지는 촛불,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설 자신도 없나
지난 주말인 2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는 참석자들이 서울역에서 숭례문, 시청까지 도로를 가득 메웠다. 민주당은 참석자를 30만명으로 추산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 측이 연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는 2만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시사하는 육성이 공개된 후 시민들의 거리 집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도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 육성 공개 여파가 다 반영되지 않은 채, 지난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19%였다. 집권 3년 차에 10%대 지지율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국정운영 동력이 꺼져버린, 레임덕 상태에 다름 아니다. 이대로는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고,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진다.
정권이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 놓이면 선제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태도는 상식 밖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답변에서 윤 대통령의 육성 통화 녹음에 대해 “법적·정치적·상식적으로 문제 될 것 없다”고 했다. 국민들은 “공관위에서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는 윤 대통령 말을 똑똑히 들었는데 “공천개입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했다. ‘지지율 19%’에 대해선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정법만 따지면서 얼렁뚱땅 넘어가 보려는 건 민심과 싸우자는 건가. 오만과 불통으로 윤석열 정부가 이 지경에 이르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맡기겠다고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더니, 11년간 이어진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도 다시 대독시키는 셈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들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낮은 자세로 윤 대통령 부부의 잘못에 대한 진솔한 입장과 합당한 대책을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설 자신도 없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침묵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시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 이미 윤 대통령 부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내각도 대통령실도 전면 쇄신해야 한다. 커지는 촛불 앞에서 시간은 윤 대통령의 편이 아님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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