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거 인멸 공언하고 검찰 겁박하는 이런 수사 있었나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이 3일 김영선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명씨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3억7500만원의 조작된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한 대가로 2022년 6·1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됐으며, 이후 김 전 의원이 세비에서 여론조사 비용 일부인 9000여만원을 명씨에게 주었다는 게 ‘명태균 게이트’의 본류이다. 최근에는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검찰이 김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 건 경남선관위가 회계책임자 강혜경씨를 고발한 지 11개월 만이다. 당초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사무국 산하 수사과에 배당했다. 수사관들로만 구성된 수사과는 통상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건을 맡는다. 수사과는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참고인으로만 한 차례씩 불러 조사했다. 강씨가 지난 5월 명씨·김 전 의원의 통화 녹취 등 4000여개 파일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내용 진위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9월 명씨 의혹이 언론에 보도돼 파장이 커지자 창원지검은 사건을 형사4부에 재배당했고, 대검과 부산지검 소속 검사를 1명씩 보강했다. 명씨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그제서야 이뤄졌다. 여론 압력에 떠밀려 최소한의 범위에서 마지못해 수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사건이 아니어도 이랬겠나.
그러는 사이 명씨는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진다”며 검찰을 겁박하고, “아버지 산소에 묻은 증거 불태우러 간다”고 증거 인멸을 공언했다. 검찰이 감히 대통령 부부를 건드릴 수 있겠냐는 자신감이 없다면 보이기 힘든 행태다. 피의자가 대놓고 법치를 농락하는 해괴한 일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검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것 자체가 명씨의 겁박이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 불기소 처분으로 검찰의 신뢰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졌다. 과거엔 ‘명태균 게이트’ 같은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하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건 강도 높게 수사했는데, 이번에는 그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국민 여론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인가. 검찰이 ‘김건희 특검’의 명분을 키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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