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尹, 민생경제에서 해법 찾아야

2024. 11.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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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요즘 여론이 심상찮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10%대로 떨어졌다. 정확히는 19%. 부정적 여론은 72%에 달한다. 김건희 여사 논란 및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사적 통화 등이 대통령의 지지도를 끌어내렸다. 임기 절반이 지나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는 앞으로 남은 기간 국정운영에 대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탄핵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탄핵한다고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믿음도 없다.

지난 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9%, 잘못하고 있다는 72%에 달했다. 직무수행 지지도는 지역과 성향에 따라 편차가 컸다. 충청권에서는 29%로 높았지만, 호남에서는 6%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22%, 대구·경북에서는 18%였다. 응답자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33%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57%가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진보층 94%는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윤 대통령 직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김건희 여사 문제(17%)에서 비롯된다. 김 여사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지만 그동안 속 시원한 해명도, 해결방안도 없었다. 애써 외면하는 사이에 논란은 또 다른 논란으로 번져왔다. 명태균씨 의혹은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에도 대통령실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서 온 나라가 범죄 피의자의 말 한마디에 들썩이고 있다.

부정 평가의 두번째 원인은 경제(14%)다. 경제만큼은 보수가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동안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와 함께 재정 확대, 고환율 정책 등으로 그 위기를 순조롭게 넘어섰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공포 속에서도 건실한 수출성장과 집값 안정도 이뤄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경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상속세 개편안이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은 논의만 거듭했을 뿐, 법률안 제출조차 못했다.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협조가 없는 상황이라 통과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 스스로 정책을 갈팡질팡 번복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했다. 지난달에는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한다고 했다가 여론반발에 유예한다고 발표, 혼선만 초래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에 불과할 정도로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금리에 저당 잡힌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지만 은행 대출 금리는 오히려 인상되었다.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빌미로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예금과 대출 이자 폭을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보고 있지만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서민들의 지갑은 홀쭉해졌다.

강남 집값은 금리로만 해결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책이 '똘똘한 한 채'로 변질되면서 강남 집값의 상승 폭을 키워왔다. 강남 거주의 편리함과 막대한 양도차익이 보장되는 한 강남 선호 현상은 줄어들지 않는다. 해결책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고액의 주택에 대해서만큼은 장기보유특별공제액을 대폭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대출 금리 규제에만 집착하면서 비강남, 비수도권 거주자가 애먼 피해자가 되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명태균씨 논란에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생, 물가, 일자리이다. "항산(恒産)이 항심(恒心)"이라는 맹자의 말처럼 안정된 삶의 바탕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존재하게 된다. 항산이 무너지면 항심도 무너지게 된다. 이념과 도덕성은 그런 면에서 부차적이다.

지난 5월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파 논란은 윤 대통령에게 민생을 챙겨달라는 국민의 주문이었다. 국민에겐 먹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절실하다. 당장 다가온 김장철에 배추가격 부담으로 김장 시기를 늦추거나 김장 규모를 줄이겠다는 국민이 늘었다. 민생이 무너지면 "못 살겠다. 갈아 보자"는 구호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그 경우, 윤석열 정부를 그나마 지지하는 33%의 보수층마저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대통령실은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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