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김건희 탄핵`과 이재명 일병 구하기

박양수 2024. 11.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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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11월은 풍요의 계절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잔인한 달이다. 지금 바깥 세상은 속을 뒤집어놓듯 어지럽다. 확전 일촉즉발의 중동전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안갯속 같은 미국 대선 등 한치 앞을 점치기 힘든 나날이다. 국내도 사정은 어금버금하다. 정치적 난제들에다 대규모 세수 결손 등 경제난까지 겹쳐 무얼,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그 모든 난제를 거짓말처럼 싹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그 앞에선 국감도 무의미하고, 오직 '기-승-전-김건희 탄핵'일 뿐이다. 행정력은 무기력하고, 사법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져 낙엽처럼 나뒹군다. 국회 권력을 틀어쥔 채 발아래 세상을 두고 호통치는 거대 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만들어낸 기괴한 현상들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11월은 잔인한 달이다. 15일과 2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예정돼 있어서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야권의 움직임도 종잡을 수 없게 거칠어진다. 이 대표 관련 사건 수사는 '연성 친위 쿠데타' 취급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부 대응을 '전쟁 사주·계엄예비 음모'라고 쏘아붙인다. 정부의 모든 정상업무를 '올스톱' 시키겠다는 심보일까.

장외 투쟁도 줄줄이다. 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연 데 이어 판결 직전날인 14일 김건희특검법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9일에는 양대 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모인다. 본질은 결국 '이재명 구하기'다.

이 대표도 '잔인한 11월'을 피해보려고 무던히 애썼다. 재판 지연 등 '사법 방해'를 마다하지 않았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로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판·검사 탄핵소추로 보복·방탄성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민주당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녹취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씨가 주고받은 통화 녹취파일을 두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언론들도 해당 뉴스로 지면을 도배질하다시피 한다. '정치 공작'에 써먹으려고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 이 파일은 짚어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긴 불법물이다.

특히 개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해 '정치 공작'에 악용한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최재영 목사가 인터넷 매체와 사전 공모한 후,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로 주는 장면을 카메라로 몰래 찍어 공개한 행태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보인다.

녹음 내용도 대통령 불법 선거 개입의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명씨의 성화에 못 이겨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하긴 했는데 (당에서 일이 많아) 잘 모르겠다"는 투이다. 사실은 하지 않았다는 말투로 들린다. 기가 막힌 건 이번 녹취록에도 김건희 여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렇잖아도 민주당은 윤 정부 출범 직후부터 김 여사를 물귀신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마당이다. 민주당은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또다른 '폭로'를 준비할 것이다.

이재명의 위기가 '사법 리스크'라면, 윤 대통령의 최대 위기는 '김 여사'다. 김 여사는 좌파 매체 '서울의소리'의 이명수, 친북 목사 최재영과의 통화·면담이 까발려지면서 위기를 몰고왔다. 문재인 정권 의전 비서관 탁현민과의 통화,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와의 통화 및 만남 요청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매우 위중한 시기다. 지지율은 20%대에서 10%대로 추락했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TK(대구·경북)마저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위기는 명씨와의 통화 공개로 인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독선과 독주, 소통 부족 등 그 이유는 누차 지적돼온 것들이다. 스스로 보려하지 않았을 뿐이다.

시각 장애인은 앞을 보지 못한다. 미래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다. 앞을 보지 못하면 지팡이 등의 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마땅하다. 혼자 가겠다고 고집 부리다간 자칫 벼랑과 맞서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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