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오현경의 재발견 [HI★초점]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서 성소수자 아들 둔 시한부 엄마 역 소화
오현경 호연에 시청자들 극찬 이어져
배우 오현경이 멜로 대가 허진호 감독과 만나 감성적인 시너지를 폭발시켰다. 그간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던 오현경은 이번에 온전히 한 아들의 어머니, 그리고 죽음을 앞둔 여인으로 분했다. 성소수자인 아들을 포용하는 과정부터 죽음을 인정하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오현경의 재발견이다. 오현경은 이 작품을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것처럼 허진호 감독이 깔아놓은 판에서 훨훨 날았다.
지난 21일 티빙에서 전편 공개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고영(남윤수)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담았다. '인간수업' '연모' '오늘의 웹툰' 등에 출연한 배우 남윤수가 고영으로 분해 20대부터 30대까지의 고영을 선보였다. 여기에 오현경이 고영의 엄마 은숙 역으로 나와 작품의 깊이감을 더한다.
공개 직후 시청자들은 유독 '대도시의 사랑법'의 3, 4회에 대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3, 4화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명장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다. 허진호 감독은 엄마 은숙이 고영을 이해해 나가는 이야기들을 다뤘고 극중 오현경과 남윤수가 모자 간의 깊은 갈등, 그리고 마지막을 마주하고나서야 풀어놓는 속내를 흡입력 있게 표현해냈다. 극에서 고영은 동성 친구와 집 앞에서 입을 맞추다가 엄마에게 들키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후 깊은 감정의 골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숙은 말기 암 판정을 받게 된다. 4회 엔딩에서는 은숙이 고영의 어린 시절을 되뇌며 "너를 간장 종지처럼 좁은 내 품에 가둬놓고 싶었나 봐"라고 진심을 전한다. 짧은 에피소드 속에서 성소수자인 자신을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아들과 아들을 부정해 왔던 엄마의 회한이 먹먹함을 자아냈다는 감상이 이어졌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오현경은 은숙을 맡으며 느꼈던 소회를 전했다. 성소수자 아들을 둔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은 데뷔 36년차인 오현경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실제로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 또 다수의 작품에서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맡았던 오현경에게 '대도시의 사랑법'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오현경은 은숙을 이해해 보고자 했던 지점을 설명하며 "인물의 서사가 쉽지 않다. 은숙은 내 아들만은 (성소수자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혼자 살았을 것이다. 나름의 방식으로 아들을 대하고 이해해 보려고 한다. 이후 암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아이를 다시 되짚어보려고 한다. 부모는 내 자식은 어떤 상황이 와도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는 관점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이 오현경의 필모그래피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까닭은 그가 기다렸던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진'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오현경은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이후 '지붕뚫고 하이킥' '왕가네 식구들' '신사와 아가씨' 등 주로 생활력이 강하거나 센 캐릭터들을 소화했다. 오현경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시너지를 발휘하는 지점이기도 했지만 연기자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오현경은 "그간 연기로 사랑스럽고 담백한 표현을 해보고 싶었지만 화려한 것들만 제안이 왔다. 허진호 감독님이 저라는 배우를 선택했을 땐 감독님이 저를 어떻게 다르게 연기하게 만들지 궁금했다. 저 역시 이 드라마에 푹 빠져서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해내 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오현경의 기대와 자신감을 입증하듯 허진호 감독은 죽음을 앞둔 엄마의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조금은 쓸쓸한 감성을 섞어 완성했다. 두 모자가 서로를 죽음의 끝자락에서 마침내 이해하게 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고영이라는 인물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대목이다. 특히 성소수자가 겪는 아픔과 성소수자의 가족이 겪는 갈등까지 섬세하게 표현되며 시청자들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오현경의 연기에 대해 "이해는 하고 마음으로는 받아들여도 연기가 정말 힘드셨을텐데 항상 응원하겠다",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대사에서 눈물 줄줄 흘렀다. 제가 다 위로받는 기분", "이런 고민을 하는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등 극찬을 전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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