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제, 일본도 이미 겪은 일···치료 가능성 초점 맞춰야”[다만 마약에서 구하소서③]
“체포를 회복의 기회로 삼자.”
일본의 약물중독 지원 비영리 법인 APARI(아파리·아시아 태평양지역 중독연구소)가 내건 구호다. 마약사범이 체포된 뒤 조기에 치료·재활 기회를 얻으면 회복 가능성이 커지므로 ‘골든타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구호다.
오다 마코토 일본 아파리 대표는 마약중독재활공동체 다르크(DARC) 공동체 설립자 곤도 쓰네오가 2000년 아파리를 만들 때부터 함께 일해 온 형사법 전문가다. 마약 사건 발생 시 아파리와 다르크가 언제, 어떻게 개입할지 분석해 지원한다. 그는 “치료 가능성을 인식하고 중독 초기부터 중독자를 지원하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20일 일본 도쿄 아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오다 대표는 회의실 벽면의 철제 캐비닛을 열며 그동안 지원해 온 500건의 사건 파일을 보여줬다. 아파리는 회복을 희망하는 마약사범들을 사법·의료적으로 지원하고, 다르크와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오다 대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다르크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형기가 짧아지고 가석방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며 “약물 중독자들이 보통 약물 사용을 쉽게 관두려고 하지 않는데 빨리 개입할수록 약물 사용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리 클리닉에선 의료지원을 담당하고, 약물중독 회복 연구와 중독자 가족 상담 또한 주요 업무로 다룬다. 법률 지원 파트에서 예비 이용자에게 다르크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클리닉에선 이용자에게 주거형 프로그램과 데이케어 프로그램 중 무엇이 적합한지 판단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오다 대표는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은 단순히 약을 하지 않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중독자가 의지를 갖고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야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은 약물 의존 문제를 국가가 통제하려고 하지만 중독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여러 민간 프로그램을 법무부와 연계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법무성은 다르크·아파리와의 연계를 장려한다. 오다 대표는 “2015년부터 교도소 내에서 중독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다르크 스태프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며 “2022년에는 법무성이 보호관찰관들에게 마약사범들을 아파리와 연계하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재활공동체의 역할을 인식하고 협력 관계를 꾸려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오다 대표는 “처음부터 협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약물 문제를 연구·강연할 때마다 법무성 공무원들과 교류를 이어오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아파리가 유독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르크 설립자 곤도의 지명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다 대표는 한국 다르크가 겪은 여러 일들을 일본 다르크도 초창기에 경험했다고 했다. 지난 3월 문을 닫은 경기도 다르크는 지난해 이웃 주민들이 마약 재활 시설 유치에 반발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오다 대표는 “일본에서도 다르크가 들어온다고 하면 지역에서 반대 운동이 일곤 했다”며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공포는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려면 중독자들이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접점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입소자 중 폭력단 출신이 많아 지역반발이 컸던 교토 다르크도 처음에는 주민 반발이 거셌으나 지역 축제나 청소에 참여하면서 지금은 안정이 됐다고 한다.
오다 대표는 “약물이 존재하는 이상 약물 중독자는 어디든 존재하기 때문에 회복하고 치료할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다만 마약에서 구하소서’ 시리즈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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