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전,란' 쌍끌이 흥행, K-사극 붐은 지금부터다

우다빈 2024. 11.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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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플랫폼서 공개된 '정년이'·'전,란' 쌍끌이 흥행
해외서 유의미한 성적 거둔 비결은?
"한국 고유 문화, 현재 가장 트렌디해"
'정년이'와 '전,란'이 해외에서 나란히 호평을 받고 있다. '전,란', '정년이' 포스터

드라마 '정년이'와 영화 '전,란'이 해외에서 나란히 호평을 받고 있다. '킹덤'으로 포문을 연 K-사극 전성기가 여전히 명맥을 지속하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된 국내 두 작품이 나란히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바로 영화 '전,란'과 드라마 '정년이'다. 먼저 '전,란'은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3위에 올랐다. 한국 등 7개국 1위를 비롯해 프랑스 일본 브라질 등 74개국 톱 10에 진입했으며 공개된 이달 14일부터 일주일간 830만 뷰를 기록했다.

'전,란'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작품이다. 앞서 '킹덤' '무빙' '오징어 게임' 등 K-장르물이 톡톡히 저력을 발휘했고 사극이 유독 힘을 더 받았다. '연모' '연인' 등 한국의 역사적인 배경을 다룬 이야기들이 로맨스 등 복합적인 장르와 결합되면서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감성을 전달했고 흥행으로 이어졌던 터다. 이렇듯 K-콘텐츠, 특히 사극과 액션이라는 유리한 출발선을 가진 '전,란'의 흥행은 예견된 수순이다.

이 가운데 '정년이'의 해외 순항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정년이'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당대 인기를 끌었던 국극단을 다룬 작품으로 현재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글로벌 최대 규모 콘텐츠 평점 사이트인 IMDb에서 '정년이'는 전체 평점 8.3점, 에피소드별 평균 평점 9.0점(10월 31일 기준)을 기록했다. 특히 극중 정년이와 영서가 '춘향전' 공연을 펼친 3회는 9.7점을 넘겼다.


'정년이', 해외에서 공감 얻은 비결

해외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한국 문화, 소리꾼의 이야기는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했을까. 이와 관련 태국 연예매체 더 쇼호퍼 기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시청자들은 '정년이' 배우들의 연기와 이야기를 칭찬한다. 특히 국극 장면은 실제로 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다. 태국에서도 비슷한 소리의 노래가 있다"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을 짚었다. 이어 "아시아권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판소리는 중국의 경극과 비슷하지만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악기와 관련이 있다. 경극은 현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판소리는 북을 사용하며 더 리드미컬하다. 아시안 스타일에 더욱 가깝다고 느껴진다. 마치 민요처럼. 또한 국극은 스토리텔링이 요소가 짙어서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유력 언론지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정년이'를 두고 매력적인 언더독의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김태리가 '미스터 션샤인'과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완벽한 판소리와 함께 국극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라면서 "극중 허영서(신예은)와의 라이벌구도 이외에도 주조연 여배우들과의 다양한 관계성이 흥미롭다. 또 1950년대 흥행했던 국극 문화를 다루며, 현시점의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는 국극 산업과 팬덤 문화를 함께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년이'의 흥행 요소에 대해 "두 가지 스토리가 섞였다. 드라마 포맷과 '자명고' 같은 전통극이 혼합돼 있다. 그 사이에 국극단의 연습, 배우가 배역을 맡아 연습을 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담기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도와 몰입도가 커진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최선을 다하고 시기, 질투, 협력을 하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자명고' 같은 국극에도 불구하고 이해도가 높아진다. 만일 국극을 바로 보여줬다면 이해도가 떨어졌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스토리라인을 잘 풀어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연출적으로 영리하면서도 혁신적이다. 이 두 가지의 결합은 제작비도 많이 들고 배우들도 치열하게 임해야 한다. 또 여성 중심 서사 이야기여서 흥행이 가능했다. 남성 중심이었다면 몰입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판소리나 유랑단 이야기는 리얼리즘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연예술단체 등 여성이 등장하더라도 수난이나 고통을 받는 위치에 놓였다. '서편제' 등 한이 서린 이야기 등은 현 시대적으로 대중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정년이'가 현대 트렌드와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해석했다. 이른바 '갓생'(부지런하고 모범적으로 사는 삶) 트렌드와 정년이가 맞물린다는 의미다. 그는 "정년이는 소소한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시청자들은 거기서 즐거움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은 전세계에서 흐름 탔다. 전 세계가 한국적인 문화에 관심이 많다. 로제의 '아파트'처럼 우리만의 것이 가장 트렌디한 상황이다. '정년이'는 젠더리스이자 크로스섹슈얼, 독특한 혼종의 특성을 갖고 있다. 또 여성들이 상생하고 연대하는 워맨스의 서사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트렌드에 정확하게 가고 있다. 흥행 안 할 이유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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