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대무용 뒤섞인 무대…그야말로 '무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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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무대 위, 허리를 숙이고 잔뜩 웅크린 무용수들이 한 덩어리처럼 뭉쳐 있다.
이내 묵직한 현 소리가 메트로놈 박자처럼 흐르기 시작하고, 씨앗이 발아해 새싹을 틔우듯 무용수들의 몸짓도 기지개를 켠다.
마지막에 무아지경의 춤판이 벌어져 모든 무용수와 악기가 무대를 꽉 채우는데, 신명 나는 노래가 멎은 후 이들은 다시 한 덩어리로 모여들어 웅크린 모습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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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현대무용 김재덕 협업
서울시무용단 '사계' 공연
어두운 무대 위, 허리를 숙이고 잔뜩 웅크린 무용수들이 한 덩어리처럼 뭉쳐 있다. 이내 묵직한 현 소리가 메트로놈 박자처럼 흐르기 시작하고, 씨앗이 발아해 새싹을 틔우듯 무용수들의 몸짓도 기지개를 켠다. 봄의 생동력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강렬하게 꽂힌다. 음악과 딱 떨어지는 무용수들의 군무 구간은 동작을 수행할 때 몸과 바람이 맞닿는 마찰음이 들려올 정도로 쾌감을 준다. 현대무용이 난해하고 추상적이기만 하다는 편견은 이 장면에서만큼은 산산이 깨진다.
주목받는 현대무용가 겸 음악감독 김재덕(40)과 한국무용의 대가 국수호(76)가 공동 안무한 '사계'의 무대는 이렇게 첫 장면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두 사람은 각각 봄·여름, 가을·겨울를 맡았고, 서로의 창작을 보완하며 대본, 연출, 음악 모든 과정을 함께 구상했다.
두 안무가는 각각의 작품을 만드는 '더블 빌'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추구했지만,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한 만큼 구현된 안무의 차이는 사실 뚜렷하게 느껴진다. 가령 국수호가 작업한 후반부엔 남녀 무용수가 짝을 이루는 이성애적 은유가 많았다. 또 가을을 알리는 철새 '기러기'를 표현한 듯 머리에 깃털을 단 여성 무용수들의 리드미컬한 부채춤, 남성 무용수들이 소매가 긴 검은 옷을 입고 붓 칠을 하듯 혹은 날갯짓을 하듯 절도 있게 춤을 추는 장면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격한 개성 차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계절의 변화나 전·후반부의 명시적 구분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계절이란 소재를 뻔하지 않게 해석했다. 봄·여름의 싱그러움, 가을·겨울의 황량함을 애써 표현하지 않는다. 특정 소품도, 미디어 장치도 동원하지 않는다. 무대 배경은 멀리서 바라본 산과 하늘의 풍경을 선과 면, 빛으로만 표현한다. 오로지 무용수의 신체 움직임만 부각된다.
같은 안무를 전·후반부에 반복·변용하는 등 명료한 장치도 있었다. 마지막에 무아지경의 춤판이 벌어져 모든 무용수와 악기가 무대를 꽉 채우는데, 신명 나는 노래가 멎은 후 이들은 다시 한 덩어리로 모여들어 웅크린 모습으로 돌아간다. 끝이 시작이 되고, 시작이 다시 끝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영원성과 순환의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거문고, 아쟁, 대금, 태평소, 생황 등 다양한 국악기와 빠른 박자의 일렉트로닉 음악도 조화를 이룬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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