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온전한 휴게권 보장 위해 지상화해야”
경기도 소재 아파트 10곳 중 6곳은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이 지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노동자의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휴게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용선 고양노동권익센터장은 지난달 31일 ‘여성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실태와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2024년 경기도 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는 단지의 60.3%(1751개소)는 휴게실이 지하에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용우·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손 센터장은 “휴게실이 지하공간에 있으면 벽면에 곰팡이가 피고 환기가 어렵고 악취가 진동한다.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어도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노동자 휴게권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19년 8월9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다. 당시 67세 청소노동자가 최고기온이 34.6도를 기록한 날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2022년 8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산안법 개정 이후에도 청소노동자의 휴게권은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진혁 노무법인 해담 부대표는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이 지하에 존재한다는 것은 산안법 시행규칙상 휴게시설의 조도, 온도, 습도, 환기 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공상생연대기금 지원을 받아 2022년부터 3년간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지원사업을 벌였던 노동복지나눔센터가 청소노동자들로부터 받은 글을 보면 휴게시설의 열악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A씨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어둡고 좁은 통로를 지날 때면 벌레가 튀어나올 것 같고 스릴러 영화 촬영하는 장소가 떠오르지만 이런 곳에서 식사하는 게 자랑도 아니고 누구한테 말하기도 좀 그렇다”고 말했다. B씨는 “25년이 넘은 아파트라서 지하 휴게실로 가는 길, 머리 위 관로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진다. 휴게실에 도착하면 고장난 싱크대와 차갑고 습기찬 시멘트 벽이 우리를 반긴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청소노동자의 휴게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휴게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오 정책위원장은 휴게시설 지상화 방안으로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의실 공간 나눔, 경로당 활용, 단지 내 편의 장소에 간이시설 설치 등을 제안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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