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강운경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 “임금 체불 없는 경기도 만들어갈 것”
최근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임금 체불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수원, 화성 등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남부권역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건수는 6만4천55건으로 전년(5만7천596건)보다 6천459건(11.2%)이 늘었다. 체불액 또한 같은 기간 2천630억원에서 2천962억원으로 1년 만에 12.6%가 증가하는 등 임금체불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관할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300만을 넘고 사업장 수도 약 11만개소에 달하는 등 사실상 지방청과 같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난 7월 부임해 1년 4개월의 임기를 소화한 강운경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체불 사업주에 대한 단호한 수사 원칙을 이어감과 동시에 “체불을 경시하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Q.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1년 가량이 흘렀다. 그동안 어떤 점에 집중했는지 궁금하다.
A. 지난해는 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산업 현장에 어떻게 안착시킬지를 고민했다면 올해는 재해 감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전까지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관리 책임자에게만 책임이 돌아갔지만 이제는 경영자 본인에게 돌아갈 수 있기에 이를 현장에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고 경영자 본인의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연구했다. 지난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됐는데 소규모 사업장은 대규모 사업장과는 다르게 위험 요소를 특정하기 어렵다. 이에 감독관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적합한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매뉴얼 마련, 우수 사례 공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최근 사업주들의 임금 체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다.
A. 전국 각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 체불 근절에 나서고 있다. 임금 체불은 근로자 한 사람만의 체불이 아니라 근로자의 임금으로 생활하는 그 가족 전체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소액이더라도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상습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경기남부권역의 체불근로자는 지난 9월 기준 4만4천852명, 체불액 역시 2천962억원이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체불근로자수는 20.6%, 체불액은 19.5%에 달한다. 지난해 4월, 대학생 근로자 15명의 임금 1천300만원을 체불한 과외교습업자를 구속했으며 지난해 9월에도 근로자 409명의 임금 및 퇴직금 302억원을 체불, 청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대표이사를 구속하는 등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직접 관할하는 지역인 수원‧용인‧화성에 거주하는 인구만 300만명이 넘고 거기에 근로자 수는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 이 외에도 성남, 평택, 안양, 안산 등도 사실상 관리하는 등 행정 수요가 상당한 곳이다. 그러기에 경기도 근로자들의 최후 보루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사업장을 감독하고 임금체불 신고사건을 처리하는 근로감독관, 직원 등과 함께 준비 태세를 철저히 갖추고 경기도청, 한국노총 경기도지역본부, 수원지방검찰청 등 유관기관들과의 협업 체계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Q.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해 경기지청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경기남부권역에서는 최근 2년간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 6명을 구속했고 이중 3명은 동종 처벌 전력이 10회 이상 있는 상습체불 사업주였다. 구속 수사 외에도 출석요구 불응자, 상습체불자 등에 대해 최근 통신영장 132건, 체포영장 106건, 압수영장 40건을 발부하는 등 강제 수사를 적극 실시·권장하고 있다.
사전 정책으로는 4대 기초질서 현장예방점검(근로계약서, 임금체불, 최저임금, 임금명세서 교부), 근로시간, 포괄임금, 불법파견 등에 대한 정기 및 수시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사후 정책으로는 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방문 및 노동포털 등을 통해 신고하게 되면 근로감독관들이 사건을 조사, 시정지시를 하고 불이행 시 사법처리 등을 담당한다. 여기에는 사업장이 도산했을 경우에 지급하는 도산대지급금, 사업주를 대신하여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먼저 지급하고 환수하는 간이대지급금제도 등이 있으며 사업주 및 근로자 융자제도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임금체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연말까지 체불임금을 집중 청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상습체불사업자에게 신용거래 시 불이익을 주는 경제적 제재 신설, 명단공개사업주에 대해 해외출국금지, 체불임금을 늦게 줄 때는 재직자에게도 최대 20%까지 지연이자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맞춰 강화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고액 및 집단체불에 대해서는 지청장이 직접 청산 지도하는 등 자발적인 청산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또 업종별 임금 체불 비율 중 70% 이상이 건설‧도소매업‧제조 분야에 국한돼 해당 사업장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이어갈 것이며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체불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도 고심 중에 있다.
Q. 이외에도 최근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A. 근로자의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하여 먼저 지급하는 간이대지급금제도 악용에 주목하고 있다. 간이대지급금제도는 사업주가 임금을 주지 못한 상황인 경우 지역 지청을 통해 정부에서 해당 금액을 주고 나중에 사업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방식인데 현장에서는 굉장히 활성화가 돼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악용해 체불 금액을 부풀리거나 근로를 하지 않은 사람을 끼워 넣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수급하는 사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성남지청에서 지난 2월19일과 5월10일 2건, 안산지청에서는 지난해 11월30일 발생한 1건을 압수수색 등을 통해 악용 여부를 확인, 사업주와 관련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감독관들의 부담 완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아리셀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현재 도내 위험 사업장이 1만 개소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감독관들이 10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아 1년 동안에 감독하는 사업장이 200~400여개에 달해 사실상 모든 위험 사업장을 보기엔 힘든 상황이다. 감독관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사업장에서 스스로 위험성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해당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상습적 임금 체불 사업주들은 수사를 통해 법의 엄중함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최일선에 있는 감독관들이 해당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실제 감독관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강제 수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기에 현재는 어느 정도 숙련된 감독관과 비교적 저연차 감독관을 배치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향후 비율 조정과 함께 감독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현장 수사 역량 강화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
사업주와의 소통도 고민거리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임금 체불도 경영 방침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우기는 사업주들이 있다. 사업주들이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재해 방지와 임금 체불 문제를 접근할 수 있게 끔 정기적 노사 간담회나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경기도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사업주와 근로자를 이어주는 가교다. 어떤 사업장이든 상관없이 각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사업주들에게는 법리 적용에 대한 설명과 근로자와의 소통을 돕는 기관이다.
앞서 강조한 임금 체불에 대해서도 경기도민 누구든지 근로자 또는 사업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임금 체불은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고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을 한 번씩은 겪는 흔한 일이고 사업주 역시 ‘안 줘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노동한 만큼의 대가를 얻어가는 정당한 행위를 방해하고 사회를 파괴하는 임금 체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꿔 가기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행위는 노동’이라는 말이 있다. 경기 남부권역을 대표하는 대표 지청으로서 도민 여러분이 신뢰할 수 있는, 현장 중심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임금 체불 없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현장 감독관, 직원과 함께 소통하며 나아가겠다.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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