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직접취재없이 대통령실 해명부터 보도" 연합뉴스 내부 비판
명태균 사태 소극 보도에 논설실·사설란도 폐지 논란
편집위원회 지적에 사측 "신중한 보도 결과"…"경영진 방침"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연합뉴스가 황대일 사장 취임 직후 논설위원실과 사설 코너 '연합시론'을 폐지하며 구성원들의 우려가 나왔다. 연합뉴스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 명태균씨 관련 보도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대통령실 해명을 먼저 보도했다는 내부 비판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지난 21일 기구개편에서 논설위원실을 폐지하고 연합시론 발행을 중단했다. 연합시론은 연합뉴스의 사설란으로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회사 이름으로 사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창구였다.
지난달 31일 황대일 사장과 심인성 편집총국장 취임 뒤 첫 연합뉴스 노사 편집위원회에선 폐지 결정에 노측이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 측 편집위원은 “신문사에서는 사설이 회사의 얼굴”이라며 “시론 폐지를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노측 위원은 “연합뉴스도 통신사로서 연합시론을 통해 복잡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밝혔다”며 “연합시론 송고를 중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측 편집위원들은 “경영진이 종합적 판단을 거쳐 연합시론 폐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편집위엔 사측 위원으로 심인성 신임 편집총국장과 류지복 정치 담당 부국장, 장재순 외국어담당 부국장이 참석했다. 사측 위원은 논설위원급 선임 기자들을 콘텐츠 강화에 어떻게 활용할지 묻는 질문엔 “다양한 심층적인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편집위에선 연합뉴스가 명태균씨 직접 취재에 나서지 않거나 정부 해명을 먼저 보도하는 등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노측 편집위원은 “대다수 언론사가 명씨의 발언을 통해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을 폭로하고 있으나 연합은 명씨를 직접 취재한 결과가 없다”며 “물론 명씨는 신뢰도가 의심스러운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판단 역시 충분한 취재를 바탕으로 우리가 직접 내려야 한다”고 했다.
노측 위원들은 “명씨와 대통령의 첫 인연에 대해 대통령실 해명을 그대로 기사로 내보냈다가 역시 관련자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공개 비판을 부른 사례도 있다”고 했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이른바 '오빠 카톡'이 공개되면서 정치판에 큰 파문이 일었을 때도 연합은 카톡 자체보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대통령실 해명부터 처리했다”고도 했다.
사측 편집위원은 '신중한 보도 결과'라는 취지로 답했다. 사측 위원은 “발언을 일일이 중계식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웠다. 명씨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 등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의 경우 별도 처리하고, 그렇지 않은 사안은 관련자들의 반응과 묶어서 처리했다”며 “이해 관계자의 말이 엇갈리고 상이한 보도도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카카오톡 속 '오빠'를 두고 윤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가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라고 다시 밝혔다며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이에 노측 위원은 연합뉴스가 사실확인 자체에 미온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공정한지도 문제지만 타사 보도와 비교하면 연합뉴스의 관련 보도가 콘텐츠의 질 측면에서 앞선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측이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명씨 발언의) 신뢰도를 확신할 수가 없다”고 답하자, 노측은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은 직접 취재한 결과인가, 타사 보도를 종합한 결과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사측은 “종합적인 판단 결과”라고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발언 기사의 삭제 경위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앞서 연합뉴스와 머니투데이 등 언론사들은 최 부총리가 1400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 수준을 “뉴노멀”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가 해명 없이 삭제했다. 로이터는 이에 “6개 안팎의 매체들이 이 발언을 보도했지만 연합뉴스를 비롯해 몇몇은 해명 없이 기사를 삭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측의 “아무런 설명 없이 기사를 삭제하면 신뢰도에 치명적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고침'(공지)은 원본 기사가 남아서 계속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내부 협의를 통해 삭제로 결정했다”고 했다.
연합뉴스가 단독 보도했던 BTS 슈가 음주운전 사건은 영문뉴스부에서 먼저 포착하고 취재에 착수했지만 국문 뉴스를 통해 먼저 보도되면서 공동 바이라인 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측 위원들은 “이런 상황이 시스템적으로 고착화하면 취재해온 기자는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사측 위원들은 “공동 바이라인을 활용하고, 부서간 칸막이를 더 낮춰서 그런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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