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빅테크, 올해만 AI 인프라에 275조원 쓴다···수익성 의문은 여전
올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4대 기술기업(빅테크)의 총 설비투자액이 2000억달러(약 275조원)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은 기회”라며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과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4대 빅테크의 자본 지출(CAPEX·설비투자)이 올해 20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80%가량이 데이터센터 부문에 투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4대 빅테크의 자본 지출이 20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빅테크 실적 발표를 보면 자본 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뚜렷해졌다. 지난 3분기 4대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늘어난 600억달러 수준이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자본 지출은 약 750억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AI는 일생일대의 큰 기회”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0일 “인프라 구축은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여기서 기회가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의 이 같은 행보는 전 세계적인 AI 열풍으로 엄청난 비용과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확보하고 AI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디지털 광고,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현재 사업보다 미래 사업의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4대 기업은 나란히 호실적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실적 발표 후 아마존과 알파벳 주가는 AI 운영을 위한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사업 부문 호조에 힘입어 상승했다. 하지만 메타와 MS는 자본 지출이 늘어난 데 반해 사업 성장 전망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시장에선 AI가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은 이번 실적 발표 당시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AI 사업 연간 매출이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힌 것 외에 다른 기업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의 짐 티어니는 “실질적인 이득이 무엇인가”라며 막대한 비용 지출로 이윤에 대한 타격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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