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MASH 신약', 예상 넘은 '깜짝 실적'…치열한 2인자 경쟁
세계 최초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매출을 올리면서 차기 신약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비만 신드롬을 주도하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MASH 임상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가운데, 유한양행·한미약품·동아에스티 등 국내 제약사까지 글로벌 '2호 신약'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이하 마드리갈)의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는 올해 3분기 매출액 6220만달러(약 86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인 3400만달러(약 470억원)를 비롯해, 가장 높은 매출 예상치였던 아이큐비아의 5800만달러(약 800억원)도 상회한 수치다. 마드리갈에 따르면 레즈디프라 복용 환자 수는 3분기 초입 약 2000명에서 같은 분기 후반 68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레즈디프라는 내년 하반기 유럽 진출도 앞두고 있다.
MASH는 알코올 섭취와 관계없이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쌓이는 질환이다. 간 내 염증과 섬유화(딱딱하게 굳어짐) 증상이 나타나며 간경화·간암으로 번질 수 있다. 마드리갈의 레즈디프라가 상업화되면서 세계 첫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뚜렷한 원인 규정이 어려워 여전히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다. 올해 전 세계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61억6000만달러(약 8조5000억원)로 예상되며 2037년까지 505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수요가 뚜렷한 만큼 국내외 기업은 '2인자' 자리싸움에 한창이다. 비만약 시장을 흔든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위고비로 MASH 신약을 연구 중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위고비의 MASH 임상 3상(ESSENCE) 파트1에서 무작위로 배정된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주 1회 위고비 2.4㎎(밀리그램) 투여와 표준치료를 병행하며 72주차 영향에 대해 위약과 비교한 결과, △위약 대비 지방간염 악화 없이 37%의 환자에게서 간 섬유증이 개선됐고(위약 효과 22.5%) △62.9%의 환자가 간 섬유증 악화 없이 지방간염이 해소(위약 효과 34.1%)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내년 상반기 미국과 유럽에 MASH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며, 세부 데이터는 이달 15~19일 미국간학회(AASLD)에서 공개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도 신약 개발 속도전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한국과 미국에서 MASH 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과 인슐린 분비를 늘리는 GLP(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위억제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신약이다.
유한양행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MASH 신약 후보물질 'BI3006337'의 미국 임상 1b상은 완료 시점을 내년 4월에서 이달 1일로 앞당겼다. BI3006337은 GLP-1과 혈당·중성지방은 낮추고 에너지 대사 등을 증가시키는 FGF21을 활용한 작용제다. 유한양행이 '넥스트 렉라자'로 꼽는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동아에스티도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MASH·제2형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DA-1241'의 미국 임상 2a상을 진행 중으로 현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MASH는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신약 개발 난도가 높다. 글로벌 간염 치료제를 내놨던 길리어드도 앞서 MASH 후보물질 '셀론서팁'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데 이어, 지난달엔 유한양행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MASH 파이프라인을 반환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SH 치료제는 발병 기전이 복잡해 개발이 어려운 건 맞지만, 첫 치료제가 시장에 나온 만큼 이후 업체들의 신약 개발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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