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반대하는 청년층이 ‘두 국가론’에도 떨떠름한 이유 [임명묵의 MZ학 개론]

임명묵 작가 2024. 11.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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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 무너지는 급변 시 대체세력 중국 등장하는 것 원치 않아
민족적 사명보다 자유민주국가로서 현상 유지 원해

(시사저널=임명묵 작가)

북한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소식은 그 이전부터 있던 흐름의 연장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한민족임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우리나라를 '적대적 타국'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아무리 남북관계가 나빠지더라도 '한민족은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누구도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북한의 최근 행보는 분명 '튀는 것'이었다.

북한의 대남노선 변화는 남한에서도 여러 반응을 촉발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9월19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통일을 접어두고 두 국가를 받아들이자'는 발언이었다. 통일운동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었던 그가 갑작스럽게 분단 현실을 수용하자고 나오자 여야 정치권 모두 놀랐다. 임종석 전 실장은 적대적인 통일 추구보다는 평화에 중점을 두는 구상이 필요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이전 같지 않다며 판단을 '미래 세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미래 세대와 가장 가까운 지금 청년들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10월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방송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 필요" 20대 22.4%·30대 23.9% 불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년층은 통일을 대체로 지지하지 않는다. 사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긴 하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통일 지지보다는 통일 반대 여론이 늘어난다는 말은 예전부터 늘 있었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서, '우리들도 살기 팍팍한데 통일하면 북한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른바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정체성 분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분단이 장기화하고,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도 세상을 떠나고 있다. 더욱이 1990년대생 이후로 갈수록 지난 2000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같은, 통일을 향한 '감동적 순간'에 관한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서구화된 소비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일수록 빈곤한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을 '통일을 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김정은의 왕국', 조롱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올해 설문조사는 이 같은 경향을 더욱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통일 필요 응답은 각각 22.4%와 23.9%였고, 반대는 47.4%와 45%에 달해 확고한 통일 반대 여론을 표출했다. 이에 반해 50대와 60대 이상은 통일 찬성이 모두 40%를 넘었고, 반대는 30%가 채 되지 않았다. 40대의 경우 찬성이 36.9%, 반대가 35.5%로 비등하지만, 그럼에도 찬성이 다소나마 앞선다. 임 전 실장의 '미래 세대에 맡기자'는 주장은 이들의 선호를 고려할 때 압도적인 통일 반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막상 통일에 거부감을 표하는 청년층이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 명시화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통일이 불가능한 것을 넘어 딱히 원치도 않는 목표가 되었다면 왜 두 국가론 자체에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더 넓은 맥락에서 북한을 바라봤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년층으로 갈수록 통일 의향이 강한 이유 중 하나는 6·25 전쟁 이후의 냉전 체제라는 그들의 성장 환경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침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킨 나라였으며, 이후에는 체제의 우월성을 놓고 다투는 경쟁국이라는 기억이 생생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침략과 분단의 원흉인 북한 정권을 척결하고, 북한 주민을 전체주의의 압제에서 해방하는 것은 냉전 체제 속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그들의 역사적 사명감과 직결되는 것이었다. 

다음 세대인 40대와 50대도 여전히 통일을 지지하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6·25와 전후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이들 세대는 오히려 군부 정권이 반공을 명분으로 권위주의 체제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에 거부감을 키워왔다. 분단 체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모순과 부조리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배경이었다. 대신 청년기에 있었던 동구권 붕괴와 냉전 해체라는 대사건은 남북한의 장벽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즉, 이들에게 통일은 '철 지난 냉전 세력'을 몰아내고 적폐를 청산하는 과업의 일부로 다가왔다.

청년층의 북한론, 중국 문제와 연동돼 등장

그렇다면 청년층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 민주화라는 과제 이후에 태어난 이들에게 북한은 원래부터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대신 이들은 한국이 미국, 일본, 서유럽과 더 유사한 '선진국 클럽'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키웠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선진국 한국'이 지닌 삶의 양식을 지키는 것이 되었으니, 거기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통일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북한 너머의 또 다른 위협요인을 보고 있었다. 바로 중국의 부상이었다. 2016년 한한령(한류 금지령) 이래로 한중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온라인 공간과 대중문화에서 한중 청년들이 부딪치면서 청년층의 반중(反中) 정서는 더욱 심해졌다. 반중 정서가 심화되면서 한국이 미국 주도 서방세계의 일원이라는 귀속 의식,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러시아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따라서 청년층의 북한론은 중국 문제와 연동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두 국가론에 대해 청년층이 표출하는 거부감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 '급변 사태'와 큰 관련이 있다. 굳이 통일을 해서 현재의 삶이 흔들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한반도 북부의 진공을 중국이라는 외세가 채우는 것만큼은 원하지 않는다. 요컨대 실질적인 분단 상태의 지속을 원하지만, 동시에 두 국가론을 명시화해 한반도 북부에 대한 대한민국의 배타적인 영향권을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것은 '중국만 좋은 일'이라는 이야기다. 굳이 분류하자면 노년층의 냉전 정서와 더 유사한 점이 보이지만, 동시에 민족적 사명보다 자유민주국가로서 현상 유지를 강하게 원한다는 점에서는 구별된다.

북한은 군사 도발이 되었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공조가 되었든, 혹은 정권 자체의 위기를 통해서든 대한민국에 '북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북한이 주는 스트레스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한국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북한에 관한 토론은 안보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현대사, 국제질서를 바라보는 관점 전체로 확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단·통일·평화와 같은 상투적인 단어를 넘어, 우리가 만들어낸 삶의 양식과 국제정세라는 더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맥락에서 북한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임명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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