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입주민 비상' 대출조이기에 잔금유예 후폭풍 [현장르포]

연지안 2024. 11. 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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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신축 후분양 단지인 래미안 원펜타스 모습. 이 단지는 지난달 잔금납부 기일 이후 최장 3개월까지 잔금납부 유예가 가능하다. 사진=연지안 기자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모습. 이 단지는 최장 내년 3월말까지 잔금납부 후 입주할 수 있다. 사진=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출이 많이 막히고 있는데, 잔금대출은 잔금일에 맞춰 내년에 실행받는 게 나을까요?" (내년 1월이 잔금납부일인 A씨)
"새 아파트 잔금 유예는 보통 언제까지 해주나요? 지연이자 내고 유예 하면 계약 취소까지 가는 경우도 많나요?" (신축 입주를 앞둔 B씨)

최근 주택을 구입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잔금납부를 둘러싸고 이 같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점차 축소되는 대출 한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1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에서도 잔금 납부를 최대 3개월 유예해주고 있었다.

원펜타스 조합 관계자는 "지난 10월20일 잔금 납부 마감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납부를 유예해주고 있다"며 "대부분 납부 마감에 맞춰 완납이 된 상태지만 일부 유예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잔금 유예 연체료는 7%선이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지난 6월 조합원 입주가 시작된 후분양 단지로 높은 시세차익을 기록하며 '로또청약'으로 불렸다. 하지만 일부 잔금 납부 부담에 유예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잔금유예는 최근 후분양이나 미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시행된다. 잔금 기일이 촉박한 상황이나 분양 독려를 위한 것이지만 대출한도가 줄어든 영향이 없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정작 부동산시장에서도 낯선 상태로 부유층이 많은 강남권에서는 더 생소했었다. 반포동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잔금은 특별하게 합의된 사항이 있지 않는 한 납부일에 맞춰 내는 게 일반적"이라며 "약속 기일을 어길 경우 계약 파기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유예는) 조심스럽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당장 최근의 잔금유예 상황은 지난해와도 대조적이다. 약 1년전 인근에서 입주한 래미안 원베일리가 실례다.

김석중 원베일리 조합장은 "작년 이맘때 원베일리 입주 시기에는 잔금유예라는 제도 자체가 없었고 잔금마감일에 다 납부했다"며 "요즘 들어서는 대출이 안되니까 유예를 하는 것이지만, 유예에 따른 연체료를 내야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잔금유예 제도의 근거도 이미 지난 2019년에 명시된 규정이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2019년 8월 마련된 신규 분양 아파트 표준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잔금납부일 이후 3개월 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는 바꿔말하면 잔금기일후 최대 3개월까지 잔금납부를 유예해줄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1만2000가구 규모 대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에서도 대출한도 규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입주기간은 내년 3월말까지인데 잔금대출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 입주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승환 둔촌주공 조합장은 "이달부터 최대 내년 3월말까지 입주가 가능해 4개월 이상으로 입주기간이 있다"며 "금년에는 은행마다 대출 한도가 설정돼 있어 잔금대출한도가 소진될 수 있다. 내년 은행별로 새로운 한도가 부여돼 수분양자들이 내년 잔금대출을 받으면 수월하게 잔금을 대출해 납부하고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내년 3월 이후에도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연체료를 부담하고 유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한도 제한에 올해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은행권도 사실상 소극적인 분위기다. 이날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마련된 올림픽파크포레온 대출상담 코너의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자는 "올해는 대출한도가 있어서 은행별로 대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대출한도는 내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금리수준은 대출시기별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부담 속에 최근 들어 잔금유예 제도는 건설업계 고육책으로도 등장한 분위기다. 일례로 수도권 후분양단지 중 하나인 김포 고촌센트럴자이의 경우 잔금 납부를 최대 2년 유예해준다. 2년간 잔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인데 2.9% 금리가 적용된다. GS건설에서 잔금납부 유예를 적용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잔금유예는 미분양 단지 등에 대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2009년 일산과 김포에서 미분양된 단지에 대해 잔금납부 유예를 적용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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