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참치 아니다…참치캔의 비밀
일반적으로 가다랑어, 날개다랑어 주로 사용
해외 참치캔과 국내 참치캔 어종 다르기도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자취생의 친구
대학 때 자취를 하던 시절, '자취생 삼신기'로 부르던 식품들이 있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어설픈 살림 실력에도 상하거나 썩을 염려가 없는 제품들이었죠. 바로 스팸과 라면, 참치캔입니다.
이 중에도 참치캔은 라면·스팸과는 또다른 결이 있었습니다. 라면과 스팸은 사실상 용도(자취생 기준입니다)가 한정돼 있습니다. 라면은 끓여 먹거나 생으로 부숴 먹는 정도구요. 스팸은 라면에 넣어 먹거나 구워 먹으면 끝이죠.
반면 참치캔은 어설픈 실력으로도 제법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찌개에 넣으면 알아서 간과 기름기, 건더기를 보강해 주고요. 마요네즈를 넣고 밥에 비비면 참치마요 한 그릇이 뚝딱입니다. 마요네즈가 없으면 대충 밥과 비벼서 김에 싸 먹어도 되고요. 김도 없으면 그냥 참치캔 하나 놓고 먹어도 그럭저럭 훌륭합니다. 이밖에도 볶음밥을 하거나, 크래커에 올려 먹어도 기가 막힙니다. 상하지도 않으니 찬장에 잔뜩 쌓아놓으면 든든하죠.
그런데 참치캔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참치는 잡아오는 생선이니 누가 잡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은데, 동원 참치와 사조 참치, 오뚜기 참치(오뚜기에서도 참치캔이 나옵니다), 혹은 해외 브랜드 참치캔은 맛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브랜드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냥 참치에 기름을 넣은 것 같은 참치캔인데 왜 맛이 다를까요. [생활의 발견]에서 알아봅니다.
참치부터 다르다
'참치'캔이니까, 역시 참치 이야기부터 해야겠죠. 우리는 하나같이 '참치'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참치는 꽤 다양한 어종으로 나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어과 다랑어족 어종을 모두 참치라고 일컫는데요. 사실은 꽤 다양한 종이 있습니다. 참다랑어만 해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날개다랑어와 황다랑어가 있는가 하면 대서양참다랑어나 북방참다랑어처럼 고가의 어종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캔용 참치를 '츠나', 횟감용 참치를 '마구로'라고 따로 부르죠.
이 많은 종류 중 참치캔에 사용되는 '다랑어'는 가다랑어와 날개다랑어, 황다랑어입니다. 이 중에도 가다랑어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캔용 참치인데요. 동원참치, 사조참치 등 국내산 참치캔부터 '리오' 등 유명 해외 브랜드 참치캔도 대부분 가다랑어를 이용합니다. 어획량이 많고 저렴해 대량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요리의 필수재료인 '가쓰오부시' 역시 이 가다랑어로 만들죠.
하지만 앞에서 제가 브랜드마다 맛이 다르다고 했죠. 다 똑같은 가다랑어를 쓰는 건 아닙니다. 우선 냉동하지 않은 생가다랑어를 쓰는 제품이 있습니다. 다랑어류는 잡고 나서 금방 죽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잡자마자 급속냉동합니다.
하지만 냉동하지 않은 생참치를 사용해 참치캔을 만들기도 하죠. 사조의 '생생참치' 시리즈가 대표적인데요. 먼 바다가 아닌 태국 연근해에서 잡은 참치를 바로 가공하기 때문에 식감이 더 쫄깃하다는 설명입니다.
가다랑어가 아닌 날개다랑어나 황다랑어로 만든 참치캔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날개다랑어로 만든 참치캔이 꽤 많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프리미엄' 타이틀을 달고 나옵니다. '한국에서 먹던 참치캔과 외국에 나가 살면서 먹은 참치캔의 맛이 달랐던 이유 1'입니다. 날개다랑어로 만든 참치캔을 드셨을 겁니다.
날개다랑어는 일반 가다랑어보다 육질이 하얀색을 띠기 때문에 구별이 쉽습니다. 지방은 적고 단백질 함량은 높아 맛이 더 담백합니다. '알바코'나 '화이트 튜나'라는 이름이 달렸다면 바로 이 날개다랑어로 만든 참치캔입니다. 사실 이쪽이 진짜 '원조 캔용 참치'인데요. 미국에서 출시된 최초의 참치캔은 이 날개다랑어로 만들었습니다.
다 자라면 1m 안팎인 가다랑어나 날개다랑어와 달리 황다랑어는 최대 2m까지 큽니다. 몸무게도 200㎏ 가까이 나갑니다. 그래서 황다랑어로 만든 참치캔은 살이 큼지막하고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집으면 부스러지는 참치캔이 불만이었다면 황다랑어 참치캔을 고르면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크기가 크기 때문인지 기름진 '뱃살' 부위만을 따로 모아 캔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초밥집의 도로(참치 뱃살) 같은 맛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기름도 다르다
하지만 똑같은 가다랑어를 썼는 데도 맛이 다르다고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생선 말고도 또 다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참치캔 국물'이라고 부르는 충진 기름입니다. 참치캔의 기름이 몸에 안 좋으니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워낙 많이 반박됐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참치캔을 채우는 기름으로 '대두유'를 썼는데요. 최근엔 '카놀라유(유채씨유)'가 대세입니다. 저가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노브랜드와 오뚜기 참치캔은 대두유를 사용하지만 대다수 국내 브랜드들은 대부분 카놀라유를 사용합니다.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올리브유는 카놀라유나 대두유와 달리 향미가 강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다는 걸 참고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해외에서는 기름이 아닌 물로만 충진한 참치캔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먹은 참치캔이 국내와 달랐던 이유 2'입니다. 기름을 뺀 이유는 대체로 칼로리 때문입니다. 몸에 나쁘지 않다지만 아무튼 기름이기 때문에 칼로리가 꽤 나가죠. 기름을 넣은 참치캔보다 담백한 게 장점입니다. 국내에서도 동원이 '인워터 참치캔'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이 충진기름과 섞는 조미액도 회사마다 다릅니다. '기본 참치캔'만 비교해 볼까요. 동원은 카놀라유에 정제수(물)과 양파·당근으로 만든 야채즙을 섞습니다. 사조는 여기에 '천연 MSG' 다시마엑기스를 추가합니다. 노브랜드참치는 양파와 양배추 농축액을 사용하구요. 다시마 못지 않은 감칠맛 폭탄인 표고엑기스를 넣습니다. 오뚜기의 가벼운참치 더마일드가 눈에 띄는데요. 조개엑기스와 굴바지락엑기스, 양파엑기스, 감칠맛베이스(일반적으로 MSG를 뜻합니다), 표고엑기스, 양배추엑기스 등 넣을 수 있는 건 다 때려넣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떠신가요. 아무 생각 없이 쌓아놓고 먹던 참치캔 하나하나가 다 종류도, 기름도, 맛도 다른 제품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으신가요. 오늘 저녁은 이런저런 참치캔들을 까 놓고 시식해 보는 '흑백 참치캔 감별사' 놀이를 해 봐야겠습니다. "이 참치캔, 익힘 정도가 이븐하네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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