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때문에 ‘방방’ 뜨니, 어느새 세대 통합…‘신통방통’ 연극 ‘솔리다리오스’
극단 ‘지금여기’에서 2024년 원로예술인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오는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한성아트홀 2관에서 ‘솔리다리오스’(류신 작, 차희 연출, 정재헌 음악)를 공연한다.
솔리다리오스란, 스페인에서 25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 세대통합 프로그램으로 도시에 방을 구하는 청년층과 방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노년층을 연결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세대 간 교류와 소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에서도 한지붕세대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과 대학생이 함께 거주하게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의 장점과 단점을 연극으로 보며 배려와 공감을 생각하게 되는 공연이다. 시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이 작품에서 청년은 말한다. “늙고 싶지 않다”고. 노년은 말한다. “나도 한때 그랬다”고. 그러나 우린 알고 있다. “너도 나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시간 안에서 우린 공평하니까. 우린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쓸 뿐이다.
그게 바로 삶이다. 삶이란 시간을 우린 홀로 견딜 수 없기에 누군가와 더불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서로의 마음을 열고 나누는 진솔한 대화다.
보육원 출신의 연희는 친구 수진의 원룸에 같이 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스물아홉 청년이다. 더 이상 수진의 집에 살수 없게 되지만 집구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런 연희에게 서울시에서 시범운영하는 솔리다리오스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온다.
희망도 잠시 낯선 할머니와의 동거를 앞두고 연희와 수진은 노인들에 대한 자신들 생각을 풀어놓는다. 까칠한 소설가 혜서는 외아들 장가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육십 넘은 노인이다.
몇 해 전 크게 아팠던 동생 혜린은 혼자 사는 언니가 계속 신경 쓰인다. 언니를 설득해 솔리다리오스 프로그램을 신청하는데 낯선 청년과의 동거를 앞두고 혜서와 혜린은 청년들에 대한 자신들 생각을 풀어놓는다.
한 집에 살게 된 혜서와 연희.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연희가 못 마땅한 혜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오히려 짜증이 나는 연희.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 냉장고에 넣어놨던 도시락이 없어졌다. 그날 두 사람의 감정은 폭발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로 오히려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극단 ‘지금여기’는 2002년 동인제(同人制)로 출발해 실험성, 예술성, 대중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연극적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대표작 ‘굴레 시리즈’는 배우신체를 통해 연극의 밀도를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극단 지금여기의 뿌리가 되었으며, 2020년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인물극 시리즈’는 대중성에 기반을 둔 재미있는 연극으로 관객과 즐겁고 유쾌하게 소통하려는 시도이다. 2023년에 이르러서는 한국적 고전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고려시대를 열게 된 중심지인 나주의 축제에 ‘나주-운명을 가르다(왕건과 견훤의 원한 굿풀이)’ 참여함으로써 역사극을 통해 한국적 작품을 승화시키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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