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에스쿱스’ ‘록재즈계 임윤찬’…심사위원 사로잡은 상현의 ‘발연주’
대학생 재즈 밴드 ‘상현’과 리더 (김)상현
[대·가찾기]는 ‘TV조선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지원자 중 눈에 띄는 실력파 대학생들의 각종 이력 등을 찾아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실력파 대학생 출전자 중 방송을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방송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나 잘 담기지 않았던 장면 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발로도 치는 ‘피아노맨’ 상현
“심사 보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로 치는 모습까지, 부러웠다. 다시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김형석) “오늘부터 팬이 됐다.”(김현철)
“가장 큰 재즈 페스티벌에서 데려갈 것 같다. 상현씨 광기가 대단했다.”(하동균) “스타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임한별)
“상현 밴드라고 할 법도 한데 상현이라고 지은 것에 대한 설득력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프론트맨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느껴졌다.”(김태우)
지난 10월 10일 첫 방송 된 TV조선 대학가요제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주목받았던 팀 중의 하나가 바로 상현입니다. 상현은 건반을 치며 노래부르는 재즈 싱어송라이터인 일명 ‘피아노맨’ 상현(김상현)을 필두로 모인 재즈 밴드인데요. 1라운드에서 선보인 상현의 ‘스윙베이비’ 무대가 끝난 뒤 심사위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뱉었습니다.
첫 녹화를 마치고 첫 방송을 앞둔 제작발표회장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참가자를 묻는 질문에 상현을 거론하는 심사위원들이 상당했습니다. 제작발표회 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팀명 대신 “발로 건반 치는 밴드”라고 통칭했는데요.
그 말씀을 듣고 방송을 보면서 건반을 다루는 멤버(키보디스트)가 있는 밴드 장면을 열심히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칭한 건 보컬이 키보드까지 자유 자재로 다룬다는 말씀이었더군요. 심사위원들의 말씀을 알아챈 건 방송에서 김이나 심사위원이 박수를 치며 “JYP야 JYP”라고 해서 ‘아하’하고 깨닫게 됐습니다. 김이나 심사위원 멘트와 함께 한 번 더 보여주긴 했지만 그 장면이 좀 더 돋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방송에선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려서 ‘이 팀이 그 팀?’하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상현의 ‘발연주’가 돋보이는 무대 일부/TV조선>
이후 2라운드에서 이동현 김민규와 호흡을 맞춘 ‘안개’(원곡자 정훈희)에서도 심사위원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윤상은 “동현 씨 민규 씨 상현 씨 같은 이렇게 개성 강한 보컬이 모이는 게 부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끝날 때까지 넋을 놓고 봤다”고 말했고, 김형석은 “편곡의 완성도가 높고, 전혀 다른 색깔들이 모여서 또 다른 색깔을 내는 것이 정말 예술의 힘인 것 같다”고 평합니다.
상현은 피아노 겸 보컬인 상현과 베이스와 편곡 등을 담당하는 안현준을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로 때때로 객원 멤버 등으로 확대 재편성 하는 밴드였습니다. 상현에 대해 소개하는 상현 공식 인스타그램(sanghyun_official_) 계정에선 ‘재즈의 탈을 쓴 록 밴드’라고 설명해 놓았네요.
심사위원들이 상현에 홀려버린 건 밴드 상현 멤버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뛰어난 점도 있겠지만, 상현을 이끄는 프론트맨 상현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정통적인 규칙이나 형식을 파괴하며 언제든 즉흥적으로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재즈의 정신은 곧 대학생 상현의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자신의 흥이 이끄는 대로, 정해진 틀을 흔쾌히 걷어차는 상현은 어느 새 일상에 쩌들어 무언가 시도조차 해볼 자유와 용기를 잊었던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1초 에스쿱스’ ‘록재즈계의 임윤찬’?
TV조선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 오른 상현의 영상을 보다 보니 리더 상현의 귀염성 있는 외모에 대해 반응하는 의견도 더러 보였습니다.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아이돌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댓글에선 ‘1초 에스쿱스’ ‘에스쿱스 잠깐 스쳤다’ ‘세븐틴 에스쿱스 있다, 있어’ 같은 반응이 바로 뜨더군요.
세븐틴(멤버 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은 현재 K팝 아이돌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그룹 중의 하나인데요. 지난해 앨범 1000만장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외 팬을 사로잡은 그룹입니다. 최근 나온 미니 12집이 발매 5일 만에 판매 300만장을 돌파하는 등 2년 연속 1000만장 돌파를 예상케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투어 중으로, 지난 1일(현지시각)엔 미국 CBS 유명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의 유튜브 시리즈 ‘레이트 쇼 미 뮤직(Late Show Me Music)’에 출연하는 등 입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븐틴의 총괄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래퍼인 에스쿱스(본명 최승철)는 이국적인 외모에 리더십을 겸비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작은 얼굴에 이국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팀의 리더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도 에스쿱스와 상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고운 선을 가진 외모에 건반을 다루는 열정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느낌도 살짝 배어나온다는 평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임윤찬은 몰입하며 피아일체(피아노와 자신이 한몸)의 물아일체 지경을 넘어서 팬들이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게끔 연주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의 소유자죠. 무결점 연주를 보는 동안 야생마처럼 몰아치는 기운과 이마에서 살짝 흐르는 땀방울까지 연주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체력과 정신력마저 인간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 아닐까 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한 임윤찬은 “우승했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냐.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다시 몰입으로 돌아갈 자세를 보였지요. 장르의 차이부터 여러 면에서 둘을 일직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세계적인 아티스트이지만 여전히 대학생인 임윤찬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상현 역시 자신의 세계를 확대하며 게속 전진하고 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 상현의 자작곡 들어보니
이번 TV조선 대학가요제를 지켜본 과거 ‘대학가요제’ 세대들은 대학가요제의 정신은 창작곡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편곡의 묘미를 살린다지만 커버곡을 계속 연주하고 노래하는 데서 대학생만의 어떠한 도전 정신과 패기, 창작력 등을 볼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제작진의 설명을 들으면, 최종 결승에선 자작곡 미션을 선보인다고 하는데요. 예심부터 자작곡으로 도전했던 이들도 상당했다는 전언입니다. 지원자의 창작곡 보유가 각자 다른데다, 창작곡이 없는 경우 2~3주에 한 번씩 치러지는 녹화 기간 동안 새롭게 노래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어 이러한 지점을 찾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10회나 되는 전체 여정에서 매회차다 창작곡으로 경쟁하기엔 서로 어려움이 있어 커버곡 편곡 등으로 ‘미션’을 준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그런데 상현에 대해 찾아보다보니 지난번 ‘대·가찾기’에서도 펜타클이 자작곡을 보유하고 있었듯, 상현 역시 자작곡을 이미 선보인 바 있더군요. 리더 상현이 만든 자작곡을 발표한 뮤직비디오였는데요. Red Fun이란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o2J2KYG32o)
여러 아티스트들의 컴필레이션 음반 AEPX에 실린 곡인데요.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다보면 왠지 영화 ‘라라랜드’ 속 한 장면 같지 않나요? 라이언 고슬링이 당시 배경으로 알려진 뉴욕 버드랜드 재즈 바에서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 도전하고, 좌절하고, 타협했다, 또 다시 자신의 노래로 향하는 모습 중 한 장면을 담은 듯도 합니다. 사랑했지만, 사랑했기에 보내주고, 누군가에게 사랑은 도약의 방식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랑은 실연과 극복, 또 자아성찰과 성장의 의미로 자리잡으며 각각 제 길을 찾는다는 영화인데요. 무엇이 진정한 행복일지는 각자의 지분으로 남겨두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상현의 Red fun은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창작곡 의미에 대한 상현이 말한 내용을 보면 “서로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회귀하기 위해 결국 집중해야 할 것은 서로에게 진심이 되는 야릇한 사랑이 아닐까라고 물음을 던지는 곡”이라고 말합니다.
영어로 된 가사인데요. 이렇게 시작합니다. ‘Stop minute If you want it get to know me And I need you Because I’m fell in love with you Rat in a maze(잠깐 멈춰. 나를 알고 싶다면 그리고 난 네가 필요해 난 너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미로 속의 쥐 그게 나야)’ ‘When I comming to the show Why not to gonna be to the get red fun That’s going me(내가 쇼에 갈 때 재밌게 놀아보자. 뜨거운 재미에. 그게 바로 나야)
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 ‘바빌론’ 등으로 재즈에 주목하게 만든 영화 감독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을 보면 재즈의 즉흥성과 연결, 인과관계 같은 것을 우리네 삶과 적확히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재즈 드러머이기도 했던 셔젤 감독은 때로는 극적이고, 처연하고,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아름답게 슬프거나 화가 치밀어 혀를 차게 되는 영화들을 만들어왔죠.
재즈는 희망이자 절망이고, 야망이자 독선이었으며 희생과 헌신이자 광란의 신기루이자 처절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처럼 재즈 역시 어떻게 연주되리라는 것을 그 누구도 그다음 코드를 예상할 수 없지요. 그럼에도 재즈를 듣다 보면 누군가의 불협화음이 다시 화음으로 조성되는 과정이 있습니다. 즉흥 연주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을 읽은 듯 받쳐주고 끌어주며 합을 이뤄갑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난관도 함께 풀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전조처럼 들리기도 하고, 영원히 서로의 합을 맞추지 못할 때는 제각각 으스러져 가는 조직을 보는 듯도 합니다.
♦재즈 클럽 씬을 통해 성장하는 상현달, 상현
‘재즈 피플’이란 곳에 실린 상현에 대한 소개에 보면 이렇습니다. ‘밴드 상현은 4인조 밴드로 리더 김상현을 중심으로 팀원들과 소통하며 음악을 만든다. 재즈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장르를 소화하며, 젊은 에너지와 연주로 당신을 매료시킨다. 사회의 초심자가 보는 인생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팀 이름의 “상현” 달과 같다.’ 꽉 채운 보름달로 향하는 게 상현달이지요.
다양한 음악적 도전으로 점점 자신을 채워갈 상현달, 밴드 상현입니다. 상현은 이전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배운 피아노를 통해 재즈뿐만 리듬앤블루스, 록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엘턴 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로켓맨’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라고 하지요. ‘피아노맨’으로 불리고 싶은 것처럼 제이미 컬럼, 레이 찰스, 빌리 조엘 등 역시 좋아한다고 합니다.
상현을 찾아보다 보니 재즈바 클럽 에반스에서 공연한 모습도 보입니다. 서울 홍대에 있는 클럽 에반스는 국내에서 재즈바의 명성을 잇는 몇 안 되는 곳이지요. 재즈 마니아이기도 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1990년대 국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재즈. 쳇 베이커나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등 재즈 아티스트들의 음반이나 라이브 음악을 듣기 위해 재즈바를 향한 이들은 적지 않았습니다.(오는 7일 재즈퍼포먼스바 청담나인에서 공연한다는 공지도 있네요)
아이돌을 필두로 한 Kpop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힙합 등 다양한 장르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면서 재즈는 점차 소외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서울 청담동 재즈 터줏대감이었던 ‘원스인어블루문’이 2020년 20여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으면서 1990년대 대중문화 부흥기의 또 다른 축이 되었던 한 부분이 막을 내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힙’의 상징인 성수동에 자리잡은 포지티브제로라운지도 올해부터 공간재정비로 잠시 문을 닫았지요. 물론 코로나 시기 임시 폐장했던 한남동 올댓재즈가 다시 문을 연 것이나 그 사이 라이브 연주로 흥을 올리는 겟올라잇 같은 곳이 등장했지만, 그 사이 재즈는 무언가 과소비와 허세와 맞물려 성장한 것 같습니다.
고급 술을 늘어놓고 음악은 적당히 배경 삼아 흥청망청 빠져드는 모습이거나, 혹은 비싼 와인 같은 것을 ‘고상하게’ 음미하며 ‘세상 멋있는 척’’세상 다 아는 척’ 하는 모습으로 ‘난 너와 달리 고급스러워’로 차별화하려는 것이랄까요.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가 찬란하게 번성했을 시기만 해도 궁핍한 삶 속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상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것이 재즈의 본질이었습니다. 이번 TV조선 대학가요제를 통해 발견한 상현 같은 재기 발랄한 아티스트에 이 점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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