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통합하다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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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분야의 대표적 원로 작가 이철주(1941~ )의 첫 회고전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이달 24일까지 진행된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변천하는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한국미술과 한국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이철주 작가의 첫 회고전 '꽃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는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 등 틀에 갇히지 않은 재료와 탁월한 조형의식을 다룬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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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분야의 대표적 원로 작가 이철주(1941~ )의 첫 회고전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이달 24일까지 진행된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변천하는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한국미술과 한국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더하다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작가 이철주가 한국화 작가로서 60여년에 걸쳐 추구해온 목표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이철주 작가의 첫 회고전 ‘꽃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는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 등 틀에 갇히지 않은 재료와 탁월한 조형의식을 다룬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960년대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추상미술을 비롯한 서구 미술의 파도와 수묵화로 대변되는 전통 고수의 강박에 강하게 노출된 세대의 미술인이었다. 작가는 수묵채색화의 학습을 거쳤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기별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스스로 변화한다.
1972년 작 ‘찬가(讚歌)’는 군무를 선보이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그린 인물화다. 묵이 아닌 커피로 그린 이 그림은 초기작이지만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더하려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작품이다. 회화 재료가 아닌 식재료인 커피를 선택한 것은 사용 과정도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그 결과도 보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통해 작가는 구습을 깨고자 했다.
한편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활발히 유입됨에 따라 국내 미술 작품이 외면받게 됐다. 작가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이 시기를 기점으로 통렬한 자기 비판을 선행한다. 이후 먹과 채색의 번짐과 퍼짐이라는 기법적인 변화에 한국적인 내용과 정서를 진하게 결합하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연화좌 위 부처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묘사된 ‘장생’은 먹과 색의 번짐에 의한 불균일한 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예적 혹은 수묵화적인 아름다움
먹의 고유한 성질이기도 한 번짐과 퍼짐을 적절히 통제하며 간결함에 집중했던 초기작에 비해 극단적인 기법 활용은 대상의 형상을 변형하고 요약하는 추상미술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취향과 작품세계의 변화는 1990년대에 들어서며 작가가 선보이는 ‘우주로부터’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 작가는 ‘우주, 땅, 하늘’ 그리고 ‘무제’ 시리즈를 통해 동양적 세계관을 작품에 녹여낸다. 그리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율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는 2010년을 전후로 ‘꽃보다 아름다워라’ 시리즈를 내놓는다.
작가는 이 세상 어떤 것도 고정불변함은 없다는 것을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과도 동그랗고 붉은 사과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깔과 형태의 변화를 겪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고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붉게 타오르던 운석도 형태를 잃어가며 미지의 우주를 담아낸다.
작가의 최근 작은 ‘꽃보다 아름다워라’라는 글씨를 종이에 쓴 뒤 이를 동일한 정사각형으로 등분해 여러 조각으로 잘라 새롭게 구성한 콜라주 하듯 붙인 것이 주를 이룬다. 여전히 먹과 한지를 재료로 하되 현대적인 조형성을 탐구하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통합하고 조화시킨 것. ‘꽃보다 아름답다’는 내적인 의미는 갖고 있지만 먹의 조형만 남은 외적 형태는 서예적인 특징과 수묵화적인 아름다움이 결합돼 있다.
전시는 이달 24일까지.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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