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신청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A~B등급 애매한 선수들은 어쩌나…잘못 판단하면 몸값 깎인다
[OSEN=이상학 기자] 순간의 판단이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다. 프로야구 FA 시장의 문이 열린 가운데 FA 자격 선수 중 얼마나 신청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KBO는 지난 2일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KIA 투수 임기영(33), 장현식(29), 내야수 서건창(35), 삼성 내야수 류지혁(30), 외야수 김헌곤(36), LG 투수 최원태(27), 두산 투수 김강률(36), 내야수 김재호(39), 허경민(34), KT 투수 엄상백(28), 우규민(39), 내야수 박경수(40), 심우준(29), 오재일(38), SSG 투수 노경은(40), 서진용(32), 내야수 최정(37), 롯데 투수 구승민(34), 김원중(31), 진해수(38), 한화 포수 이재원(36), 내야수 하주석(30), 외야수 김강민(42), NC 투수 심창민(31), 이용찬(35), 임정호(34), 외야수 김성욱(31), 키움 투수 문성현(33), 내야수 최주환(36), 외야수 이용규(39)등 총 30명이 FA 자격을 얻었다. 현역 은퇴를 한 박경수, 김강민, NC에서 방출된 심창민을 제외한 27명이 실질적인 FA 대상자들이다.
SSG가 최소 100억원 대형 계약으로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최대어’ 최정을 비롯해 최원태, 엄상백, 김원중, 장현식 등 투수들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투수 중 어느 한 명이 이동하면 연쇄 이적이 나올 수 있다. 심우준, 류지혁 등 쓰임새가 많은 젊은 내야수들도 시장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FA가 모든 선수들에게 대박 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애매한 선수들은 시장 수요와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무턱대고 FA를 신청했다간 찬바람을 맞을 수 있다. 잘못 판단하면 몸값이 크게 깎이며 커리어가 꼬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2025년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오는 4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이틀의 고민 시간이 남아있다.
가장 고민이 될 법한 선수는 A등급에 속한 구승민이다. 롯데 통산 최다 121홀드를 거둔 구승민은 검증된 불펜 자원이지만 올해 66경기(57⅔이닝) 5승3패13홀드 평균자책점 4.84 탈삼진 62개로 예년보다 부진했다. 냉정하게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출혈을 감수하고 데려갈 만한 성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FA 재수를 하기엔 내년이면 35세가 되는 나이가 부담스럽다. FA 시장에서 나이의 가치는 매우 크다. 하지만 FA 재수를 하면 내년에 C등급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B등급에 속한 FA들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B등급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내야수 허경민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2020년 시즌 후 두산과 4+3년 총액 85억원에 계약했는데 4년 뒤 3년 20억원 선수 옵션 조건을 포함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허경민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3년 20억원을 포기하고 FA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올해 115경기 타율 3할9리(417타수 129안타) 7홈런 61타점 OPS .811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고, 수비력도 건재하지만 리그 전체에 좋은 3루수들이 넘친다. 시장에서 3년 20억원 이상 받을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FA를 신청한 뒤 두산과 더 좋은 조건에 재계약을 노릴 수 있다.
지난해 세이브 1위(42개)를 차지한 서진용도 고민을 해야 한다. 지난겨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하면서 4월말부터 시즌을 시작한 서진용은 올해 51경기(47이닝) 1패6홀드 평균자책점 5.55 탈삼진 38개로 고전했다. 마무리 시절 구위와 날카로움을 찾지 못했고, B등급으로 분류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32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라 FA 재수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우승팀 KIA에선 사이드암 임기영이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해 전천후 불펜으로 최고 시즌을 보냈지만 올해 37경기(45⅔이닝) 6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6.31 탈삼진 36개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 내복사근 부상을 당해 두 달을 빠졌고, 복귀 후에도 좋을 때 폼을 찾지 못했다.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시즌을 마친 임기영도 31세로 젊은 편이라 FA 재수에 무게가 실린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최주환도 신청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최주환은 올해 130경기 타율 2할5푼7리(482타수 124안타) 13홈런 84타점 OPS .715를 기록했다. 빼어난 결정력을 과시했지만 1루수로는 아쉬운 타격 생산력이었다. 1루 수비는 견고했지만 다른 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성적인지 판단해야 한다.
첫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하주석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 최근 2년간 큰 폭의 연봉 삭감으로 인해 C등급이 예상됐지만 B등급이다. C등급이었다면 수요가 충분히 있을 만한 선수이지만 B등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2년간 부진했고,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달간 결장하며 64경기 출장에 그쳤다. 하주석의 반등을 기대하는 팀이 있어도 보상선수 출혈을 감수하는 게 쉽지 않다.
FA 재수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2022년 시즌 후 FA B등급을 받은 뒤 신청을 하지 않은 임찬규는 2023년 30경기(144⅔이닝) 14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103개로 활약하며 LG 통합 우승에 기여한 뒤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했다. 반면 같은 해 B등급으로 FA 신청을 한 외야수 권희동은 찬바람을 맞고 NC와 1년 최대 1억2500만원 헐값에 사인했다.
2022~2023년 2년 연속 FA A등급으로 신청을 포기하며 재수했으나 반등에 실패하며 방출된 서건창 케이스도 있어 무엇이 정답이라고 하긴 어렵다. 올해 KIA로 이적한 서건창은 94경기 타율 3할1푼(203타수 63안타) 1홈런 26타점 OPS .820을 기록, 주전급 백업으로 활약하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이번에 C등급으로 분류된 서건창은 첫 FA 신청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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