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마저 사라진 메일, 아무도 모르는 싸이월드의 '지금' [추적+]
싸이월드 앱 문 닫은지 2년 훌쩍
싸이월드 오픈 소식 여전히 뜸해
대표 전화번호에 이메일도 먹통
그 사이 SNS 경쟁자는 더 늘어
스레드 국내 사용자 380만명
싸이월드 부활 정말 가능할까
# "싸이월드는 다시 돌아온다." 싸이월드가 리브랜딩을 선언하며 앱을 걸어 잠근 지 2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앱은 여전히 잠겨있고, 긍정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외부감사 거절'을 받았다는 부정적인 이슈만 쏟아져 나왔을 뿐입니다. 그러니 평소 싸이월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싸이월드는 지금 뭐한대?"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더스쿠프가 싸이월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회사 전화는 먹통이고 이메일 주소는 씻은 듯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싸이월드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기자님. 우리 직접 만나서 얘기합시다. 만나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싸이월드가 SNS 사업의 재개를 선언한 2021년 4월 기자는 싸이월드의 부활 가능성을 냉정하게 꼬집은 기사(더스쿠프 435호 싸이월드 추억팔이, 추억 없는 MZ에게 통할까)를 출고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싸이월드의 리더였던 전제완 대표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뉘앙스를 보니 싸이월드의 성공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려는 듯했습니다. 만남이 성사되진 않았습니다. '만나자'는 기자의 말에 정작 전 대표는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 후인 2022년 7월, 이번엔 싸이월드의 홍보를 맡은 대행업체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4월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의 '오픈발'이 떨어지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때에도 우린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했습니다(더스쿠프 501호 '싸이월드 재오픈 100일 '추억팔이' 다음 스텝 있는가'). 당시 홍보대행업체 관계자의 불만 섞인 말을 꺼내볼까요? "싸이월드의 부정적인 내용만 보시네요. 싸이월드를 이탈하는 회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정정 바랍니다."
싸이월드의 해명은 최근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싸이월드의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지난해 재무제표 외부감사에서 '의견 거절'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회계법인이 외부 감사에 필요한 재무제표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단 얘기로, 코스닥 상장기업이라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 6월 싸이월드제트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의 재무제표 자료가 신뢰받지 못해 의견 거절을 받는 경우는 종종 있다"며 "이보다는 회사가 싸이월드 3.0을 어떤 내용으로 언제 오픈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처럼 싸이월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 재개'를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변과 홍보를 나름 활발하게 진행했죠.
■시그널➊ 사라진 연락처 = 그렇다면 지금 싸이월드는 어떤 모습일까요? 싸이월드는 현재 앱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상태입니다. 2022년 8월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가 국민 SNS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특색을 가진 기능으로 무장한 싸이월드 3.0을 선보일 것"이라고 공지하면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지 2년 2개월째입니다.
싸이월드는 성공적으로 '싸이월드 3.0'을 론칭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올해 1월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 3.0 리브랜딩을 목적으로 동영상 기능을 추가한 새 앱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긴 했습니다만, 9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최근까지 열려있던 '소통창구'도 완전히 닫혔습니다. 이메일이든 전화번호든 제대로 관리되는 연락처가 거의 없습니다.
싸이월드 3.0의 론칭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싸이월드제트의 회사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만, '없는 번호'란 음성 메시지만 흘러나왔습니다. 회사 대표메일(help@cyworld.com)은 '계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홍보를 대행했던 업체 역시 사실상 '잠수' 상태입니다.
■ 시그널➋ 쪼들리는 회사 = 싸이월드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음은 또 있습니다. IT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인프라 서비스 운영을 맡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7월부터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운영 비용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싸이월드의 이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GS네오텍도 마찬가지로 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데이터 관리 비용이 매달 수억원씩 쌓인다"면서 "요금 정산에 싸이월드제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회사 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싸이월드제트 전체 사원 수는 2023년 10월 13명에서 지난 6월 4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잠깐이긴 해도 한때 수백만명이 드나들었던 서비스를 직원 4명이서 제대로 운영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싸이월드 3.0 리브랜딩에 성공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현재의 싸이월드에는 불리한 상황을 뒤엎을 수 있는 '한방'이 없습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일종의 메인 페이지)에 잠들어 있던 사진과 글을 복원해 이용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추억 마케팅'은 이미 한차례 써먹었습니다. 싸이월드에 메타버스 접목을 시도했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은 서비스를 종료한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싸이월드의 경쟁자는 예전보다 더 늘었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지난해 7월 새 SNS 플랫폼 '스레드'를 론칭했기 때문입니다. 스레드는 1년 만에 1억7500만명(2024년 7월 기준)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스레드 국내 이용자 수는 2023년 7월 142만명에서 올해 7월 382만명으로 169.0% 증가했죠. 스레드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란 점에서 사진과 글 중심인 싸이월드로선 또다른 산을 만난 셈입니다.
사실 문을 걸어 잠근 싸이월드의 현주소는 '예고된 일'일지 모릅니다. 2022년 재오픈할 때부터 콘텐츠보단 '추억팔이'에 치중한 건 패착이었습니다. 지금 SNS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는 싸이월드의 전성기를 알 리 없으니까요. 메타버스 등 성과가 불분명한 아이템을 무턱대고 좇은 것도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돌아올 것' '싸이월드는 부활할 것' 등등의 말들을 늘어놨으니 이미지와 신뢰는 더 악화했죠. 싸이월드는 과연 부활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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