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레이더] 매년 같은 곳서 '끼익∼쾅'…'교통사고 다발지역' 개선 안간힘
사고 잦은 곳 신호체계 개선·교통시설물 설치…개선사업 효과
(전국종합=연합뉴스) 여러 차선이 엇갈린 교차로는 그만큼 혼잡한 탓에 교통사고 역시 끊이질 않아 해당 지자체와 경찰, 교통당국이 해법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부산의 연산교차로, 서면교차로, 하단오거리 등 '교차로 3대장'은 부산 내에서 매년 사고 다발지역 1∼3위를 차지한다.
또 울산 도심의 공업탑로터리, 신복로터리, 태화로터리 등 3개 회전교차로는 도로 체계가 독특한 악명높은 구간으로 사고가 잦자 이를 노린 고의 교통사고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처럼 매년 같은 곳에서 사고가 빈발하자 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맞는 교통 대책을 수립해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통사고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경찰과 한국도로교통공단 등도 사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사고 1위' 불명예 교차로들…구조 바꾸고 환경 개선
울산 도심에 있는 공업탑로터리, 신복로터리, 태화로터리 등 3개 회전교차로는 다른 도시에서 보기 드문 도로체계다.
이곳들은 교통섬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진행하고, 로터리 내부에 출발·정지 신호가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생경한 이곳을 처음 지나는 운전자마다 '로터리 내부에서 진출해야 할 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만큼 운전이 어렵기로 악명높은 구간이기도 하다.
3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공업탑로터리 130건, 신복로터리 153건, 태화로터리 137건의 교통사고 발생했다.
워낙 사고가 잦은 곳이다 보니 보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 범죄가 많은 교차로로 전국 1·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도 얻었다.
국무조정실과 울산시 등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3년간 공업탑로터리에서 발생한 고의 교통사고는 총 43건으로, 전국 15개 시내 교차로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신복로터리는 15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울산시는 이런 문제들을 없애고자 지난해 10월 회전방식의 신복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했다.
그랬더니 올해 1∼8월 신복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건보다 35%(7건) 줄었다.
사고 건수가 줄면서 부상자 수도 18명에서 10명으로 44.4%(8명) 감소하는 등 톡톡한 효과를 봤다.
부산의 연산교차로, 서면교차로, 하단오거리 등 '교차로 3대장' 역시 부산 내에서 매년 사고 다발지역 1∼3위를 차지하는 곳들이다.
또 부산에서 평소 사고다발지역으로 손꼽히는 해운대 미포오거리는 생소한 오거리에다가 다소 복잡한 신호체계로 운전자가 일방통행 도로로 진입하거나 정해진 차선을 이탈해 사고가 빈번하다.
특히 '6거리 교차로'가 있는 '연산교차로'에서는 지난해 55건의 사고가 났고 7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8차선 간선도로 2개를 포함해 5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서면교차로에서는 지난해 53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75명이 다쳤다.
이에 부산시는 '사람 중심 도로 교통체계 구축', '교통약자 안전권 보장' 등 4개 분야 과제를 구성하고 맞춤형 안전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1998년 41명, 2000년 47명이 숨지는 등 매년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전북 전주∼남원(43㎞)간 17번 국도도 선형 개선과 중앙분리대 설치 등 안전시설이 확충되면서 사고율이 대폭 감소해 '살인도로'라는 오명을 벗었다.
간단한 조치로 사고 큰 폭 감소
신호 체계를 전환하고 교통시설물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비교적 간단한 조치로 큰 효과를 본 지역들도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과 함께 추진하는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이 대표적이다.
전주시 우아동 명주골 교차로는 우회전 회전반경이 커 통행 차량의 과속이 잦고, 교통섬에 있는 나무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3년 평균 12.3건의 인명피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곳이었다.
이에 우회전 반경을 축소해 과속을 억제하고, 교통섬 재조정, 수목 제거, 고원식 횡단보도 및 야간조명시설 등을 설치했다.
그 결과 1년간 인명피해 교통사고는 5건으로 절반 이상(5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간석동 성락아파트 앞 교차로는 비보호좌회전에서 신호(보호 좌회전) 운영으로 전환되고, 대각선 횡단보도 및 집중 조명시설이 설치됐다.
개선 전에는 3년 평균 7.3건의 인명피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나 개선 후 1년간 인명피해 교통사고는 3건으로 58.9% 감소했다.
사고가 잦은 국도에서 차량의 제한속도를 낮춰 교통사고 발생을 줄인 경우도 눈에 띈다.
충남경찰청은 2021년 2월 국도 21호 신창휴게소(충남 아산)∼간양교차로(충남 예산) 7.2㎞ 구간의 제한속도를 시속 80㎞에서 60㎞로 하향했다.
제한속도 하향 전인 2020년에는 이 구간에서 교통사고로 모두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으나, 2022년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부상자도 14명으로 감소했다.
개선 효과가 뚜렷해지자 충남경찰청은 도내 국도 14개 노선과 지방도 6개 노선 중 횡단보도가 있어 사고 가능성이 큰 곳 등을 대상으로 제한속도 하향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횡단보도 시간 연장 등 교통약자 시설 확충
교통약자들을 위해 각종 시스템을 설치해 교통안전을 확보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무비사거리 인근은 지난해에만 67건의 사고가 가 79명이 다친 곳이다.
수원의 대표적인 유흥가여서 유동 인구가 많지만, 보행로가 부족한 탓에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수원시는 2022∼2023년 이곳에 주정차 단속카메라를 설치했고, 올해 8월에는 무비사거리가 포함된 460m가량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는 등 교통사고방지 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교통약자 영상을 분석해 횡단보도의 횡단 시간을 자동으로 연장하고 있다.
차량 우회전 시 보행자가 확인되면 해당 구간에 마련된 전광판에 주의 안전 문구도 표출한다.
강원 강릉시도 교통약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 시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범규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본부장은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 대한 불합리한 통행 패턴 개선, 교통사고 사각지대 해소 등 맞춤형 개선대책 추진으로 교통사고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도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도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교통사고 빈발 지역과 고위험 지점에 대해 지속적인 진단과 정비를 추진하고 도로 환경 개선, 운전자 안전 교육 강화, 교통안전 문화 확산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준범 허광무 고성식 최종호 황정환 최재훈 이성민 차근호 이재현 황수빈 정종호 나보배 기자)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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