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두 명이 다스릴 수 없다"…권력을 나눠 쓰면 안 되는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1.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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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는 '권력의 분산'이야말로 정치가 어지러워지고 나라가 망하는 조짐으로 꼽습니다.

위의 예시는 군주가 신하 혹은 타자와 권력을 나눠 가진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비유합니다.

군주들의 유명한 마부였던 왕량과 조보의 사례를 조금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군주가 유일한 최고 권력자가 되지 않으면 이처럼 야심가들이 날뛰어 나라가 안정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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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권력은 두 곳에서 나올 수 없다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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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량과 조보는 천하에서 가장 말을 잘 모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왕량에게 왼쪽 고삐를 잡고 말을 몰도록 하고, 조보에게 오른쪽 고삐를 잡고 채찍을 쓰게 하면 말이 십 리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둘이 함께 몰았기 때문이다.

전련과 성규는 거문고를 잘 타기로는 천하에서 최고이지만 전련에게 거문고의 위를 타게 하고, 성규에게 아래를 누르게 하면 곡을 연주할 수 없다. 역시 함께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왕량과 조보의 기교로도 함께 고삐를 쥐게 하면 말을 부릴 수 없다. 그러니 군주가 권력을 신하와 함께 가지고 통치할 수 있겠는가. 전련과 성규의 기교로도 함께 거문고를 연주해 곡을 완성할 수 없는데, 군주는 또 어떻게 신하와 위세를 함께 하며 공을 이룰 수 있겠는가.

한비자는 '권력의 분산'이야말로 정치가 어지러워지고 나라가 망하는 조짐으로 꼽습니다. 위의 예시는 군주가 신하 혹은 타자와 권력을 나눠 가진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비유합니다. 군주들의 유명한 마부였던 왕량과 조보의 사례를 조금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조보가 제왕의 수레를 끄는 일을 할 때 물을 먹이지 않는 것으로 말을 복종시켜 백일만에 길들였다. 그러고 나서 제왕에게 수레를 모는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청했다.
그러자 제왕이 "채마밭이 있는 농장 안에서 수레를 몰아보라"고 했다. 조보가 수레를 몰고 농장 안으로 들어가자 말이 연못을 보고 달려가는 바람에 조보는 통제할 수가 없었다. 조보가 말에게 물을 먹이지 않고 굴복시킨 지 오래되었는데도 이제 말이 연못을 보고 사납게 달려가니 비록 조보라 해도 다스릴 수 없었다.
 
#3
왕량이 송나라 군주를 위해 천리를 달리는 경주를 했다. 그는 수레를 달고 손을 비비며 말고삐를 틀어쥐고는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면 일직선으로 곧장 나가고, 끌어당겨 뒤로 물러서게 하면 자기 발자국을 그대로 밟을 정도로 신묘하게 말을 몰았다.
마침내 채찍질로 출발하였을 때 돌연 돼지가 튀어나왔다. 말이 갈팡질팡하며, 채찍질을 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말이 날뛰며 달아나니 고삐로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한비자는 이 두 개의 사례를 다음과 같은 당대의 정변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4
송나라 관리로 일하던 자한이 군주에게 말했다.
"칭찬하고 상을 주는 것은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이니 군주 스스로 거행하십시오. 사형을 하거나 벌을 내리는 것은 백성들이 싫어하는 일이니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자 송나라 군주가 "그렇게 하라"고 승낙했다.
그래서 엄중하게 금하는 명령인 '위령'을 내리거나 대신을 벌할 때면 군주가 말했다.
"자한에게 물어라."
이에 대신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백성들은 그를 따랐다. 일 년 후 자한은 송나라 군주를 살해하고 정권을 빼앗았다. 자한은 갑자기 뛰어나온 돼지처럼 그 군주의 나라를 빼앗은 것이다.

제나라 간공이 군주로 있을 때 벌은 무겁고 형은 엄하게 한 데다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백성을 살상했다. 전성항은 자애를 베풀고 관대하고 친절했다. 간공은 백성을 목마른 말처럼 다루면서 백성에게 은혜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전성항은 인자하고 두터운 자애로 채마밭의 연못 구실을 한 것이다.

군주가 유일한 최고 권력자가 되지 않으면 이처럼 야심가들이 날뛰어 나라가 안정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고 권력자의 자리는 외로운 자리입니다. 유일해야 하고, 누구하고나 멀리 높이 있어야 안전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말을 몰아 목적지에 도달하고, 혼자서 거문고를 타 곡을 완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왕의 유일성을 지키느라 애를 썼습니다. 왕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하는 룰도 있었습니다. 피휘(避諱)라고 하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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