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턱없이 부족한데”…일 한다고 국민연금 삭감 논란 [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4. 11.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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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10명중 6명 ‘역대 최고’
베이비부머세대도 ‘조기연금 수급’ 급증
정부, 노후소득보장 감액제도 폐지 추진
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 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富)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격주로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연금테크(연금+재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상담 창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취업했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사상 최대치인 60.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하는 노인은 많지만 일해도 먹고 살기가 녹록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금제도가 발달한 북유럽 등의 노인과 달리 한국의 노인은 93%가 ‘본인·배우자 부담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어서 나이가 들어도 본인 자산 또는 노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실제 전체 고령층 인구 중 취업자 비율(고용률)은 59.0%로 지난해 보다 0.1% 상승했습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앞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전체 고령층 중 69.4%(1109만 3000명)는 향후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보다 0.9% 포인트(49만 1000명) 늘어난 규모입니다.

일하고 싶은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5.0%)이란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고령층은 지난해 보다 평균 0.3세 늘어난 ‘73.3세까지’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같이 높은 노인 고용률은 한국 사회의 ‘낮은 소득대체율’이 빚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실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비롯해 노인들이 받는 직역·퇴직·개인연금 등 모든 연금수급액을 합쳐도 1인가구 최저생계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904만6000명) 중 하나의 연금이라도 받고 있는 비율은 90.4%(818만2000명)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90.1%)보다 0.3% 포인트 늘었습니다.

전체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65만원이지만 수급금액 분포를 보면 개인 기준 50만원 이하 연금 수급자가 60.3%로 절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100만원 이하까지 넓혀보면 그 비중은 87.8%까지 높아졌습니다.

특히, 2022년 기준 최저생계비가 1인가구 116만5887원, 2인가구 195만6051원, 3인가구 251만6821원, 4인가구 307만2648원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다보니 상당수 노인들이 65세 이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이 지난 8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연금통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년 기초연금, 국민연금, 직역연금 등 1개 이상 연금을 수급한 65세 이상 인구는 818만 2000명으로 연금 수급률은 90.4%이고, 월평균 수급금액은 65만원, 중위금액은 41만 9000원이라고 밝혔다. [사진 = 뉴스1]
문제는 이렇게 죽도록 일해도 ‘국민연금 감액제도’라는 독소 조항에 ‘딱’ 걸릴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퇴직 후 생계 차원에서 다시 일을 해서 일정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는 장치입니다.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걸 막고 재정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국민연금법 63조의 2(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액)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자는 기준(이른바 ‘A값’)을 초과하는 특정 소득(근로·사업·임대소득 포함, 이자·배당소득은 제외)이 생기면 연금수령 연도부터 최대 5년간 ‘노령연금액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금액을 뺀 금액’을 받습니다.

삭감 기준액인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을 말합니다.

올해 A값은 월 298만9237원입니다. 노령연금이 적든 많든 상관없이 A값을 넘으면 삭감됩니다.

삭감 기간은 연금수령 연령 상향조정(60세→65세, 2024년은 63세)으로 노령연금 수급자마다 출생 연도별로 다릅니다.

월 삭감 금액은 적게는 10원부터 많게는 100만원이 넘습니다.

다만, 은퇴 후 소득 활동을 통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삭감 상한선은 노령연금의 50%입니다. 최대 절반까지만 감액한다는 것입니다.

삭감 기준선을 넘는 초과 소득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마다 삭감 금액이 늘어납니다.

‘국민연금 삭감’ 수급자 매년 늘어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노령연금을 삭감 당하는 수급자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엔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어 섰습니다.

국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직 후 재취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일정액을 초과해서 노령연금이 깎인 수급자는 2019년 8만9892명, 2020년 11만7145명, 2021년 12만808명, 2022년 12만7974명, 지난해 11만799명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 6월 현재는 12만1명으로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벌써 1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에는 소폭 줄었는데 이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리면서 전체 수급자 규모 자체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 때문입니다.

[사진 = 매경 DB]
소득활동에 따라 삭감 당한 연금액도 2019년 1201억5300만원, 2020년 1699억4100만원, 2021년 1724억8600만원, 2022년 1906억2000만원 등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167억7800만원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총 삭감액은 1347억43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삭감을 피하기 위해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해 베이비부머들의 조기연금 신규수급이 5년새 2배로 급증, 노후빈곤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은퇴와 연금 수급 시기 등의 간극을 버텨내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하고 연금을 당겨받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베이비부머 세대 중 조기노령연금 신규수급자는 10만1385명으로 2019년 5만3606명 대비 1.9배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도 4만1555명의 조기노령연금 신규수급자가 발생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감액제도를 완화 내지 폐지하는 방안을 두고서는 찬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찬성론 쪽에서는 “은퇴 후 일한다고 연금을 깎으면 일할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고령 근로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며 폐지 주장을 펼칩니다.

반면 반대론 쪽은 “소득이 많은 수급자에게 더 유리하게 바꾸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현행 유지를 주장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노후에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데 연금마저 깎는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고령자 경제활동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노후에 일해서 돈 번다고 연금을 깎는 감액제도의 완화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김선민 의원은 노령연금액 감액제도를 1년간 유지 후 폐지하도록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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