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엄지손가락 통증이나 간 수치 상승이 온다면…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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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철분 대사는 정교한 균형을 이루며 유지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이 균형이 무너져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헵시딘은 체내 철분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작용하지만, 혈색소침착증 환자에게서는 이 헵시딘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
혈색소침착증은 이러한 철분 대사의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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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인체의 철분 대사는 정교한 균형을 이루며 유지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이 균형이 무너져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질환으로 혈색소침착증을 들 수 있다. 과도한 철분이 주요 장기에 축적되면서 점진적으로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진행성 질환이다.
혈색소침착증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모호한 증상만을 보인다. 남성의 경우 30~40대에 증상이 나타나고, 여성의 경우는 보통 50대에 이르러서야 첫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된 증상은 만성적인 피로감이나 관절통·체중감소·복부 팽만·요통·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중수지관절(엄지손가락 관절) 통증은 이 질환의 특징적인 초기 증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종종 설명하기 어려운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하고, 성욕 감퇴나 피부가 점차 회색빛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종종 감기 기운이 계속되는 것 같은 감각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발생 기전은 철분 대사의 핵심 조절자인 헵시딘(Hepcidin)과 연관성이 깊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헵시딘은 체내 철분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작용하지만, 혈색소침착증 환자에게서는 이 헵시딘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 이는 마치 댐의 수문이 고장 난 것과 같은 상황으로 과도한 철분이 지속적으로 체내로 흡수되고, 이미 저장된 철분마저 적절히 조절되지 못하면서 주요 장기에 철분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각 장기는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간 비대가 발생하기도 하고 손상되어 섬유화가 진행되어 결국 간경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췌장의 손상은 당뇨병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갈색 당뇨라 부르는데, 햇볕에 노출된 바가 없어도 피부가 검거나 회색빛을 띠는 경우가 있다. 또한 췌장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심장에서는 부정맥이나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하수체의 손상으로 인한 호르몬 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장기의 손상은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혈색소침착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검사로부터 가능한데 혈청 페리틴 수치와 트랜스페린 포화도 상승이 의심해볼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남성의 경우 혈청 페리틴이 300μg/L 이상, 여성의 경우 200μg/L 이상일 때 주의가 필요하며, 트랜스페린 포화도가 45%를 넘는 경우 정밀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효과적인 치료는 사혈 요법
치료의 근간은 과잉된 철분을 체외로 제거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사혈 요법으로, 정기적으로 일정량의 혈액을 체외로 배출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주 1~2회의 빈번한 사혈이 필요할 수 있으나, 철분 수치가 적절히 조절되면 2~4개월에 한 번 정도로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사혈 요법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철분 킬레이트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이는 약물을 통해 체내의 철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질환의 조기 발견이다. 설명되지 않는 간 수치 상승이 있는 중년 남성에서 관절통이 동반될 때, 또는 원인 불명의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를 만났을 때는 반드시 혈색소침착증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철분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원소지만 과잉되면 독이 될 수 있다. 혈색소침착증은 이러한 철분 대사의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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