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으로 간 ‘세기의 이혼’ ② ‘가족·가정’ 강조한 노소영 [주말엔]
재산분할 금액만 1조 3,800억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이혼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가 있습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입니다.
KBS는 최 회장의 상고이유서와 노 관장의 답변서를 입수해 두 차례에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 최태원 SK 회장 "SK 주식은 상속 재산…분할대상 아냐"
앞서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통해, 불륜과 혼외자 등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재판상 이혼에서의 재산 분할만큼은 공정하게 판단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SK 주식 분할 여부에 대해 "SK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사실상 상속 재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민법상 '부부별산제'를 근거로 들며, "재산분할 판단은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 분배'라는 제도의 본질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며 "'장기간 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보거나 구체적 기여에 대한 판단 없이 한 쪽의 일방 재산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취급한다면 부부별산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부별산제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일방의 재산으로 인정하는 원칙입니다(민법 제830조 제1항).
[연관 기사] 대법원으로 간 ‘세기의 이혼’① ‘톨스토이 소설’ 언급한 최태원 [주말엔] (2024.11.02. K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6816
앞서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최 회장이 혼인 기간에 SK 주식을 취득했고, 여기엔 노 관장의 기여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했는데, 이것이 잘못된 판결인 만큼 대법원에서 파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노소영 측 "누구도 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지원"
노 관장 측은 이 같은 최 회장 측 주장에 대해, "현재 최 회장 재산은 노 관장과 그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룬 성과"라는 내용이 담긴 답변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SK 주식은 혼인 기간에 취득해 최 회장 경영활동과 노 관장의 기여로 인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부부 공동재산"이라며, "노 관장 부모(노태우 전 대통령 내외)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가세한 성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재 SK 주식 취득 당시 상황을 거론하며 "최 회장의 금융거래내역에 따르면 최 회장 소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액이 최 회장 계좌에 입금됐다가 단기간에 출금된 정황이 존재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수표와 현금이 입금되기도 한다"면서 "이는 노 관장 측의 최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금전 지원 내역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적었습니다.
따라서 'SK 주식은 부부 공동재산이 맞다'는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5월, 2심 재판부는 "(노 관장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최 회장의 선친)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했다"면서 "SK그룹이 증권사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룹의) 보호막·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불화에 쇼윈도 부부 생활” vs “대체불가능한 지원 있어” (2024.10.28.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92250
■노소영 측 "최 회장 주장은 재벌 특별 취급해달란 억지"
특히 노 관장은 "(최 회장 측 주장은) 사실상 재벌이나 자산가에 대한 특별한 취급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맞섰습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은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판례에 확립된 태도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사업용 재산'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재산만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가침의 재산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최 회장이 이혼 재산분할에 SK그룹의 존망이 달린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는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며 "최 회장 지분 감소는 오히려 '오너 리스크' 감소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이혼 재판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지금도 사업을 운영하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경위를 불문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특유재산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가정을 파괴한 배우자가 상대방을 맨몸으로 내쫓아 버리고 그 과정에서 자녀 등 가족 구성원까지 고통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소영 측 "분할 재산 지급방식 협의할 의사 있어"
또한 노 관장 측은 2심에서 인정된 재산 분할 금액 '1조 3,800억 원'이 무리한 금액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의 일방적 가출로 인해 2011년 9월부터 별거했고, 그 이후 최 회장은 사전 동의나 양해 없이 최 회장 친인척에게 주식을 무상 증여했다"면서 "무상 증여한 금액이 약 9,942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적 의무도 없이 최 회장이 친인척 등에게 무상 증여한 1조 원에 육박하는 재산 액수를 비교하면 30년 이상 동고동락하면서 재산을 일군 배우자에게 2심 재판부가 정한 재산분할금은 무리한 금액이 아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동거 기간이 15년을 초과한 경우 재산분할 비율이 50:50으로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 간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35%만 인정한 것도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노 관장 측은 "재산분할금을 반드시 재산을 매각해 마련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출 등의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면서 "재산분할금 지급 방식에 관해서는 노 관장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소영 측 "시댁과 최 회장의 요청, 자녀 돌봄에 본인 희생해"
아울러 노 관장 측은 최 회장과의 생활에서도 노 관장의 희생과 배려가 있었으며, 이 점이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노 관장 전공 분야인) 경제와 경영 일을 하지 말고, 굳이 일을 하려면 미술이나 예술 쪽 일을 하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했다"면서 "시댁과 최 회장의 요청·기대, 자녀 돌봄 필요성에 의해 (노 관장) 본인을 희생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의 두 번에 걸친 수감생활, 최 회장 부정행위와 혼외자 출생, 아들의 투병·간병, 딸들의 유학 뒷바라지, 본인의 암 투병, 최 회장의 혼외자 대언론 공개 고백 등 무수한 고난과 풍파를 고스란히 겪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암 투병 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최 회장은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부정행위를 하고 혼외자까지 출산했다"면서 "혼외자 등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이후 김 이사장과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유지하는 점 등으로 인해 노 관장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노 관장 측은 답변서 말미에 "이혼 소송을 겪으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면서 "헌법이 법원에 부여한 책무에 따라 가정의 가치를 지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적었습니다.
취재진은 답변서에 담긴 노 관장 측 주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여러 질의를 했지만, 변호인단 등은 자세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는 8일 '심리불속행' 기한…'세기의 이혼' 결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은 현재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 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사 사건이나 이혼 사건 등은 중대한 판례 위반이 없으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해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제도가 있습니다.
심리불속행 기한은 접수 후 4개월입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지난 7월 8일 상고했기에, 오는 11월 8일 이내로 대법원은 이혼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에서 추가로 심리해 판결합니다.
일반 민사 사건의 심리불속행 비율은 약 70% 초반이고, 이혼 사건은 70%대 후반에서 80%에 달합니다. 이혼 사건은 십중팔구 4개월 이내 기각돼 확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최 회장 측이 상고이유서에 인용한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 속 주인공 '안나'는 애정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군인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주인공 '안나'는 소설 속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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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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