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추세와 역행…GIST가 수리과학과 신설한 까닭

이채린 기자 2024. 11. 3.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시대 학생들의 열망 커…교수 한명이 학생 한명 지도할 것"
GIST 수리과학과 개설 준비를 하고 있는 (왼쪽부터) 김재길, 김민기, 황치옥, 최정옥, 강현석 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GIST 제공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일부 대학이 수학과를 통폐합하고 있는 추세와 반대로 수학과를 신설하는 대학이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내년 1월 학사과정에 '수리과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광주 소재 GIST에서 최근 수리과학과 개설에 준비로 바쁜 강현석·김민기·김재길·최정옥·황치옥 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 5명을 만났다. 이들은 "GIST 학생을 수학에 특화된 미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수리과학과를 개설하게 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GIST는 2010년 학사과정을 처음 열었다. 이후 14년 동안 GIST 학사과정에는 수학 전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학과 전공생을 계속 양성하던 포스텍과 다른 과기원인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다른 행보였다.

이런 GIST에 수학과 부전공이 생긴 시점은 2016년이었다. 해석학, 현대대수학 등 개설된 수학과목을 듣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수학을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정옥 교수는 "GIST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수학적인 관심을 유지하도록 저학년 때 수학과목을 듣게 했는데 거의 매년 수학과목 수강생이 늘었다"면서 "학생들의 뜨거운 요구에 2014년 GIST에 수학 전공 교수 수를 더 늘렸고 2016년 수학과가 결국 부전공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깊이 있는 수학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갈망은 점점 더 커졌다. 한 해 GIST에 입학하는 학생 200여명 중 매년 30명 넘는 학생이 수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했다. 다른 과목 부전공 신청생은 2~3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GIST 학생 중 수학을 접한 뒤 수학자로 진로를 바꾼 학생들도 나왔다. 

황치옥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GIST에 수학에 관심이 많은 영재학교,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다수 입학하는 데다 인공지능(AI)이 중요해지며 AI의 기본인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임기철 GIST 총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더해져 수리과학과 신설이 결정됐다. 김재길 교수는 "GIST 수학과 신설의 궁극적인 원동력은 수학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GIST 수리과학과 신설 계획을 이끄는 최 교수. GIST 제공

GIST 수리과학과는 AI가 모든 분야를 선도하는 시대가 된 만큼 AI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최적화, 계산과학 등 AI 관련 수학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과목을 대폭 개설할 예정"이라면서 "AI와 생물, 화학 등 여러 분야가 융합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AI의 기본인 수학 실력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전공과 협업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전공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수리과학와 생물학을 합친 '수리생물학'을 학생들이 배우게 한다는 뜻이다. 

강현석 교수는 "좋은 환경에서 소수의 학생이 질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GIST 설립 이념에 따라 GIST에는 학생을 소그룹으로 나눠 그룹별로 교수가 지도하는 문화가 있다"라며 "GIST 수리과학과에서도 교수가 학생 한 명 한 명에 집중해 수학을 가르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수학과 개설을 준비하는 교수들은 다른 대학의 수학과 교육과정을 꼼꼼히 공부하고 있다. 다른 대학 교육과정이 가진 장점을 GIST 수리과학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타 대학의 수학과 전공생이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 파악해 전공 공부와 진로와의 연계성도 높인다는 목표다.  

최 교수는 GIST가 수리과학과를 신설하는 또 다른 이유로 "GIST 학생을 수학에 특화한 학생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학은 굉장히 논리적인 학문이고 모든 과학과 공학의 기초이기 때문에 수학 실력을 잘 다져놓으면 언제든 유용하게 쓸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GIST에 수학을 복수전공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GIST는 수리과학과 신설을 계기로 호남 지역의 수학 연구 클러스트를 본격 조성한다. 최 교수는 "경상도, 충청도 등 주요 대학 수학과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모여서 수학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낸다"면서 "GIST도 전북대, 전남대 등과 협업해 호남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수학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GIST 수리과학과 신설은 올해 12월 GIST 이사회를 통과하면 준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김민기 교수는 "원하는 과목을 마음껏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GIST의 자유로운 학풍 속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GIST 수리과학과에 많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