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에서 만난 에너지 산업의 갈 길
어릴 때부터 공룡을 좋아하던 첫째 아이 덕분에 지난 10여 년간 공룡을 다룬 국내외 영상 콘텐츠를 실사 또는 애니메이션 구분 없이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계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맡은 <쥬라기월드> 시리즈이다. 그는 <E.T.> <A.I.> 등 다른 유명 공상과학(SF) 영화의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에 컴퓨터 그래픽과 로봇 기술 등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쥬라기공원> 이야기와 연결된 <쥬라기월드> 시리즈는 발전된 촬영 기법과 기술이 적용돼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룡 세계에 더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특히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는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 20여 년 만에 재등장한 기존 <쥬라기공원>의 주인공들이 후속 세대라 할 수 있는 <쥬라기월드> 시리즈의 주인공들과 조우하고 연합하는 모습이다. 신·구 세대의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색다른 감동과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존 주인공들에게 환호했던 기성세대와 새로운 주인공들에게 익숙한 미래세대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었던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연합과 조화는 현재의 에너지 산업 환경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에너지에 기반을 두고 오랫동안 생산력 발달을 뒷받침했던 에너지 산업은 최근 수력,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 에너지 보급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했다. 전원 유형이 다양해지는 전환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원이 다양해졌지만 안보,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트릴레마 지수’를 모두 최상위로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에너지원은 아직 없어 보인다. 경제성이나 효율뿐만 아니라 안전, 친환경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에너지 산업의 숙제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합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인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원 간의 관계는 수요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대체’의 의미를 띤다고 할 수 있지만, 에너지 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서로 ‘보완’ 관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새로운 에너지원들의 역할이 존재하는 가운데 기존 에너지원의 역할 또한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현재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이 에너지 산업 곳곳에 접목·적용되고 있으며, 기존보다 나아진 기능이나 편리성 등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다. 오랜 시간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 됐던 전기·전자, 기계·제어 관련 기술이 이러한 신기술들과 조우하는 가운데 탈탄소화, 디지털화, 분산화를 향한 혁신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아이언맨> 등 시리즈 영화들의 묘미는 다양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나 그들의 성장 과정 등을 지켜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에서 신·구 전원, 그리고 기술 간의 조화가 어떠한 변화와 혁신을 그려낼지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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