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왕조’ 3연패의 울산, 부진 떨쳐낸 토종 공격수…주민규 “이게 바로 ‘우승 DNA’구나” [MK울산]

김영훈 MK스포츠 기자(hoon9970@maekyung.com) 2024. 11. 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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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바랐던 영광스러운 ‘3연패’를 맞이한 울산HD, 팀의 주포 주민규는 세 번째 트로피와 함께 팀의 ‘우승 DNA’를 강조했다.

울산은 지난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경기를 남겨두고 2위 강원(승점 61)와의 격차를 7점 차로 벌리며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주민규. 사진=김영훈 기자
수많은 고비가 찾아왔던 울산이다. 핵심 미드필더 이동경의 입대, 예기치 못한 감독 교체 등 3연패를 향한 여정에 삐걱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김판곤 감독은 부임 후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고, 리그에서 상승세를 맞이하며 치열했던 우승 경쟁을 뚫고 다시 한번 챔피언 자리에 앉게 됐다.

2022, 2023시즌에 이어 3연패를 이뤘다. K리그의 새로운 왕조의 탄생 순간이었다. 울산은 성남FC의 전신인 성남일화천마, 전북현대에 이어 3연패 이상을 거둔 세 번째 팀이 됐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사진=프로축구연맹
결승전과도 같았던 강원전에서 해결사 주민규가 날아올랐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득점왕 경쟁을 펼쳤던 주민규는 2021, 2023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다. 2022시즌에는 조규성과 동률이었으나 출전수로 인해 2위에 머물렀다.

‘토종 공격수’로서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켰던 주민규는 이번 시즌에도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토록 바랐던 A대표팀 승선까지 마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7월 FC서울전 이후 3개월이 넘게 침묵을 지켰다. 계속되는 부진에 부침을 겪었던 그는 지난달 27일 포항스틸러스와의 35라운드 경기에서 오랜 치묵을 깨뜨렸고, 강원전에서도 팀이 득점이 필요한 순간 골망을 흔들며 포효했다.

추가골 이후 김판곤 감독과 기쁨을 나누는 주민규. 사진=김영훈 기자
경기 후 주민규는 “오늘 경기 굉장히 중요했다. 모든 선수들을 비롯해 감독님, 코칭스태프까지 진짜 모두가 하나 되어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라고 전했다.

주민규는 그동안 이어졌던 부진에 “저도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이렇게까지 길게 침묵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라며 “그 시간이 저한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스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함께 같이 해줬기 때문에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축구라는 스포츠가 ‘팀 스포츠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지난 3개월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도 그렇고 감독님도 아마 속이 많이 탔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에게 많은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저를 향한 믿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제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게, 골을 넣을 수 있게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오늘 골도 그렇고 지난 경기에서도 (이)청용이 형이 정말 어시스트를 잘 해줬다. 제가 아닌 다른 누가 거기에 있더라도 골로 만들 수 있는 찬스였다. 너무나도 감사하다”라고 강조했다.

주민규. 사진=김영훈 기자
주민규는 ‘늦게 핀 꽃’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고양Hi, 서울이랜드를 거치면서 주목받았고 상무 전역 후에는 2019년 울산으로 이적했다. 1년 만에 입지를 잃으며 제주로 떠나야만 했고, 제주에서는 팀의 해결사로 발돋움하며 팀의 승격과 함께 K리그 간판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두 번째 우승을 맞이했다.

주민규는 “제가 다시 울산을 선택한 이유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였다. 울산은 당연히 우승해야 하는 팀이다. 공교롭게도 첫 울산 시절인 2019시즌 뛸 때 이곳(울산종합운동장)에서 우승을 못 하게 되면서 아픔이 있었다. 두려움이 있었다. 그 트라우마가 아직까지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 징크를 깨뜨리면서 우승 트로피를 확정해 기쁘다. 다시 한번 이 팀이 강팀이라는 걸 오늘 경기에서 징크스를 깸으로 다시 한번 느꼈다”라고 답했다.

주민규는 아내를 향한 고마움을 다시 전했다. 직전 포항전 득점 후 임신 중인 아내에게 그동안 눈치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말은 한 바 있다. 이날 주민규는 “오늘은 집에 어깨를 펴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의기소침하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아내에게 인사를 건넬 것 같다. 언제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축구 선수 아내로서 매번 희생하며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이렇게 좋은 선수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침착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주민규. 사진=김영훈 기자
앞서 주민규가 언급한 2019시즌은 울산에게 아픈 기억이다. 당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리그 최종전에서 울산은 포항에게 1-4로 패하며 라이벌 전북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주민규는 “(이)명재가 재수 없게 그런 소리를 해서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라고 짜증을 냈는데 명재는 명재 스타일대로 웃으면서 견뎌냈던 것 같다. 저는 진지한 편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다. ‘또 설마설마’하는 마음이었는데,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이 넘쳐났고 감독님께서도 자신감이 넘치셔서 오늘은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초반 10분 만에 받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침묵을 깬 주민규, 다가오는 11월 A매치 승선이 기대되는 공격수다. 다만, 오현규, 이영준 등 해외파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어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규는 대표팀 차출에 대해 “최근 A매치를 갔다 오면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을 때 너무나도 좋은 선수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도 좋은 능력을 갖고 있어서 경쟁하는 데 있어서 힘들다는 느낌이었다. 제가 어린 친구들과 10살 차이가 나지만 티 안 나게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선수들을 보면서 한국축구의 미래가 밝구나라는 생각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주민규. 사진=김영훈 기자
주민규는 2019년 울산과 현재의 울산에 대해 “첫 울산 시절에는 긴장 아닌 긴장감을 갖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의 울산은 ‘당연히 이긴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우승의 맛을 보니 우승을 어떻게 하고, 시즌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이게 우승 DNA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주민규는 동료들을 챙겼다. 주민규는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라며 “팀이 우승했다. 우리 팀에서 베스트 일레븐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팀의 (김)기희 형이 주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줬고 헌신을 했다. 이렇게 팀을 이끌어가는 데 도움을 많이 줬다. 기희 형 말고도 저는 안 뽑아주셔도 되니까 우리 틴 선수들 많이 뽑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부탁했다.

[울산=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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