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불펜 핵심 필승조' 롯데 뒷문 책임지던 세 남자의 선택은? FA 개장 임박…이제 '단장의 시간' [SC포커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의 시작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FA 시장이 열린다. 롯데 자이언츠 뒷문을 책임지던 3인방은 FA를 선언할 자격을 갖췄다.
KBO가 공시한 2025 FA 자격선수는 총 30명. 새롭게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13명이고, 재차 취득할 수 있는 선수가 9명, 그리고 자격유지 선수가 8명이다.
그중 롯데 선수가 3명 포함돼있다. 롯데 최다 세이브(132개)의 마무리 김원중, 최다 홀드(121개)의 필승조 구승민, 그리고 지난 겨울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원포인트릴리프로 중용됐던 진해수다.
첫 FA인 김원중과 구승민은 모두 A등급, 2019년(2+1년 총액 14억원)에 이어 2번째인 진해수는 B등급이다.
특히 '구원듀오'로 불리며 롯데의 뒷문을 수년간 책임져온 김원중과 구승민에게 관심이 쏠린다. 두 선수는 롯데 단일 구단 세이브-홀드 기록 보유자이자 원클럽맨이다.
올해 김원중은 5억원, 구승민은 4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들을 영입하려면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1명과 올해 연봉의 200%, 또는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한다.
김원중은 커리어하이였던 지난해(5승6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3승6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로 박영현(KT 위즈)와 함께 구원 부문 공동 4위(1위 KIA 정해영 31세이브)를 기록했다.
세이브는 팀의 승수와 직결되는 기록이다. 구원 부문 1~3위가 리그 1~3위였던 KIA, 삼성 라이온즈(오승환) LG 트윈스(유영찬)의 마무리투수인 건 우연이 아니다. 이들이 그만큼 뒷문을 잘 지켜낸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이 주어진 투수들이다. 이를 감안하면 김원중이나 한화 이글스 주현상(23세이브)은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원중 개인에겐 흑역사로 남을 아픈 기억을 남겨준 시즌이기도 했다. 김원중은 7월 한달간 8번의 등판에서 7⅓이닝 동안 무려 10실점(9자책)으로 평균자책점 11.05를 기록했다. 세이브가 기록되지 않는 5점, 4점차(2번) 상황에서 각각 등판해 잘 막았지만, 이후 5경기 연속으로 무너졌다(4블론, 팀 1승4패). 마무리의 흔들림 속에 6월까지 상승세를 타던 롯데는 7월 6승14패로 고꾸라졌고, 이는 결국 가을야구 실패로 이어졌다.
문제는 롯데 마운드에 김원중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후보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마무리 부재시 대체 1순위인 셋업맨 구승민은 함께 FA 자격을 얻는다.
한때 차세대 마무리로 각광받던 최준용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차기 시즌 활약 여부가 불투명하다. 올해 굳은 일을 도맡았던 김상수나 한현희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도 만만찮다.
이민석 등 구위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영건들도 심리적 부담이 큰 마무리 자리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올시즌초 신인상 후보로도 거론되던 전미르는 부상과 더불어 찾아온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6월 중순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간 바 있다.
같은 이유로 구승민 역시 만약 FA로 떠난다면 필승조 공백을 초래하게 된다. 다만 FA를 앞둔 올시즌 부진이 마음에 걸리는 상황. 특히 시즌 개막 직후 6경기 2⅔이닝 동안 무려 9실점하며 무너진 기억이 아프다. 절치부심하며 끌어올린 5승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4의 기록은 아무래도 아쉽다. 역시 가을야구 실패의 현실도 차갑다.
첫 FA인 만큼 1년 미뤄도 나이와 무관하게 C등급은 나오지 않는다. C등급의 조건은 지난번 FA 때 C등급이었거나, 3번째 FA인 경우로 한정되기 때문. 올해 부진은 1년 뒤를 노려볼만도 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물론 진해수도 롯데에겐 귀한 좌완투수다. 시즌 막판 정현수 송재영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진해수처럼 경험 많은 베테랑의 존재가치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FA 시장은 언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불펜 보강을 원하는 팀은 언제나 있다. 지난해 삼성은 마무리투수가 있음에도 타 팀의 마무리투수 2명을 영입하는 보기드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원중은 그간 FA에 관한 수차례 물음에 "부산에 남겠다"고 확언해왔다. 다만 김원중이나 그의 에이전트가 생각하는 가치와 롯데 구단 측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FA는 선수의 권리다. 프로야구는 1군 경기, 그리고 국가대표팀 출전 경험에 따라 연차가 바뀐다. 어쩌면 평생 1번밖에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귀중한 권리다. 김원중의 존재감과 비FA 다년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FA 선언이 유력하다.
이번 FA 자격 선수는 오는 4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KBO는 5일 FA 승인 선수를 공시하고, 이튿날인 6일부터 10개 구단 모두와의 협상이 시작된다.
이른바 '단장의 시간'이다. 부임 직후 전준우와의 FA 계약, 진해수와 손호영 등의 트레이드를 통해 존재감을 보여줬던 박준혁 롯데 단장은 올겨울엔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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